인요한號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인요한式 통합 행보에…親尹·非尹 ‘과연 달라질까’ 반응 떨떠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구상한 '쇄신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낸 모습이다. 이른바 '인요한식 혁신'의 키워드는 '통합'이다. 당의 주류인 친윤석열(친윤)계와 이들과 앙숙 관계인 비윤석열(비윤)계의 갈등을 봉합하고, 영남에만 치우친 '당심'을 호남까지 넓혀야 총선에서 반전을 노릴 수 있단 시각에서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인요한 혁신위가 김기현 대표가 취임 당시 공언했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재현하려 하자, 친윤계와 비윤계 모두 각자의 이유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연 가을에 시작된 인요한 혁신위의 '통합 실험'은 올 겨울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윤리위 힘 빼고, 前혁신위 힘 싣기
31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인요한 위원장은 혁신위원들과 김기현 지도부뿐 아니라 최근 여야 각계 인사들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조언을 듣고 있다고 한다. 특히 친윤계뿐 아니라 비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에게도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혁신위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한 비윤계 여권 인사는 "고민 끝에 (혁신위원회) 참여는 거부했지만 혁신위가 '반드시 당내 통합을 이뤄낼 것'이라고 자신하더라"며 "통합의 방법, 시기를 두고는 이견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인 위원장이 김기현 지도부에 비해 강력한 통합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실제 인 위원장은 혁신위 인선을 매듭지은 후 김기현 지도부와는 상반된 정책을 펴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윤리위의 징계를 백지화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비윤계 구심점인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화해 제스처를 취한 셈으로, 이들의 징계를 간접적으로 옹호했던 김기현 대표와는 상반된 태도다.
앞서 출범했던 '최재형 혁신위'를 대하는 자세도 김기현 지도부와는 사뭇 다르다. 이준석 지도부 당시 출범한 최재형 혁신위는 ▲당 윤리위원회로 공관위 기능을 일부 이관하는 방안을 비롯해 ▲공직후보자 기초자격시험(PPAT) 확대 및 공천 부적격 기준 강화 ▲온라인 당원투표제 도입 ▲상설위원회 개편 및 특별위원회 활성화 방안 등을 제시했으나, 김기현 지도부는 출범 후 1년이 지나도록 이 같은 혁신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여권 일각에선 최재형 혁신위가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면서, 혁신안도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인 위원장은 최재형 혁신위의 안건을 재검토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혁신위 핵심 관계자는 30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직전 최재형 혁신안 중에 논의되려는 안건이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며 "이번 주 금요일(11월3일) 회의에서 최재형 전 위원장이나 조해진 전 부위원장 등 직전 혁신위를 하셨던 분 중 최소 한 분이라도 일정상 참석 가능하신 분을 모셔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수용 안건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대보다는 우려? 비윤도 친윤도 '떨떠름'
인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 여권 일각에는 '데자뷔'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이준석-윤석열 연합', 국민의힘 지난 전당대회 직후 김 대표가 공언한 '연포탕' 행보를 인 위원장이 다시금 내세웠다는 해석이다. 반어적으로 대선 이후 여당 내 계파 연합은 깨졌고, 전당대회 이후에도 '연포탕'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미 실패한 선례지만, 인 위원장은 총선 승리 방법은 '통합'이라고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도, 이준석 전 대표도, 김기현 대표도 성공하지 못한 당내 통합을 '정치 초보' 인 위원장은 성사시킬 수 있을까. 이를 바라보는 당내 의견은 분분하다. 당 지도부는 혁신위의 선택을 전폭적으로 응원하고 있지만, 막후에선 비윤계와 친윤계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물음표'를 띄운 상태다. 거듭된 통합 시도와 실패에 친윤계와 비윤계 모두 뿌리깊은 불신이 형성된 상태여서다. 특히 친윤계는 인 위원장이 띄운 ▲윤리위 징계 무력화 ▲이준석계와의 연합 필요성 ▲TK 중진 험지 출마론 등에 모두 부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여당이 확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유승민계나 이준석계와의 관계를 복원해야 하는데 아마 힘들 것"이라며 "(친윤계와) 이들 간 감정의 골이 깊다"고 말했다.
혁신위의 통합 시도는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혁신위가 '집안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인맥도, 노하우, 시간도 부족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특히 당내 계파 갈등의 뇌관인 '공천룰'을 변경할 권한이 혁신위가 아닌 김기현 지도부에 있다는 점도 변수다. 혁신위가 공천 개혁에 실패할 경우, 조기에 좌초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혁신위에 청년들이 많이 포진해있다. 신선하다"면서도 "총선을 앞두고 있기에 혁신의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다. 공천도 다뤄야 한다. 정치와 떨어져 있던 청년들이 과연 이 섬세하고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도 마찬가지였는데, 국민의힘이 (혁신위를 통해) 지저분한 것을 가리려 암막커튼을 친 것이다. 누구라도 (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며 "혁신위 인선도 무난한 사람들로만 채워졌다. 결국 '김은경 혁신위'처럼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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