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치솟는 금값

오창민 기자 2023. 10. 3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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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빛깔의 고체. 원자번호는 79, 원소기호는 Au. 전성(두들겨 펴기 쉬운 성질)과 연성(잡아 늘이기 쉬운 성질)이 매우 크면서도 화학 반응성은 유난히 작아 공기나 물에 부식되지 않는 금속. 고대 이집트인들이 태양의 상징으로 여기고, 최영 장군이 돌같이 여기라고 했던 것. 다름 아닌 금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은 아주 특별한 금속이다. 부와 권력의 상징이고, 가치 저장의 수단이자 안정적인 투자의 대상이다.

금의 가치는 희소성에 있다.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화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금값을 보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경제가 좋을 땐 자금이 주식으로 옮겨가지만, 불안할 땐 금에 몰린다. 금과 달러화의 움직임은 반대다. 달러가 약세면 금값이 오르고, 달러가 강세면 금값은 내린다. 금값과 미국 국채 금리도 똑같이 반대 흐름을 보인다. 미 국채는 이자를 받을 수 있어 금리가 높으면 금 투자의 이점이 줄어든다.

금값이 급등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선물(12월물) 가격은 온스당 2005달러로 한 달 새 10% 이상 올랐다. 시중 금은방에서는 3.75g 한 돈짜리 돌반지값이 43만원을 넘었다고 한다. 2008년 30억원으로 순금 162㎏을 사들여 만든 전남 함평군의 ‘황금박쥐상’ 몸값이 5배로 뛰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금값이 내년 4분기까지 온스당 21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웃돌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금값이 오르고 있으니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긴축과 중국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와중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까지 일어났다.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물인 미국 국채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글로벌 경제에 악재와 불확실성이 가득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은 더욱 심각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와 금이 반대로 움직여도 한국에서는 달러값과 금값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황금의 지배>를 쓴 피터 번스타인은 “금이 반짝이면 경제엔 재앙 신호”라고 했다. 치솟는 금값이 여러모로 무섭기만 하다.

서울 종로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순금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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