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총선 5개월 전 ‘메가 서울’ 특별법 추진···“포퓰리즘” “서울 쏠림” 비판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특별법 입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과 인접한 다른 경기도 시·군까지 서울로 편입하는 ‘메가 서울’ 프로젝트를 띄울 태세다. 내년 총선에서 열세로 평가받는 경기도에서 도민들의 서울 편입 욕망을 자극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총선용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내놨다. 당내에서도 “설익은 승부수”란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31일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담은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을 의원입법 형태로 준비한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가 전날 김포에서 “서울시와 같은 생활권이라면 주민들 편의를 위해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정하려 한다”고 말한 것을 구체화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를 통해 김포시, 서울시, 경기도 등의 의견을 수렴하면 시간이 오래 걸려 의원입법을 추진한다. 김 대표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서울 주변 도시의 경우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해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일치되도록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며 “그런 원칙 하에 주민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김포 외에 서울 생활권 도시들로 확산시켜야 한다며 호응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구체적으로 구리, 광명, 하남, 과천, 성남, 고양 등이 편입 대상으로 거론된다. 김종혁 국민의힘 경기고양병 당협위원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포뿐 아니라 고양시도 서울로 편입해 행정권과 생활권을 일치시키길 바란다”며 “경기 인구 1300만명 너무 많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박수영 의원은 SNS에 “세계 도시와의 인구수 비교에서 서울은 38위, 면적은 605㎢로 상위 38개 도시 중 29위밖에 안 된다”며 “고양, 구리, 하남, 성남, 남양주, 의정부, 광명 등도 주민의 뜻을 묻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메가시티로 주민 불편을 덜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59석 중 7석(더불어민주당 51석·정의당 1석)에 그친 경기도에서 내년 총선용 반전 카드로 ‘메가 서울’을 띄운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편입으로 인한 교통 편익, 부동산 가격 상승 욕망을 자극하려는 전략이다. ‘포스트 이재명’ 김동연 경기지사를 견제하는 효과도 거론된다. 당내 일각에선 ‘메가 서울’의 편입 대상으로 떠오른 도시에 당내 주요 인사들을 공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국가적 과제로 차분하게 공론화할 문제를 총선 5개월여 앞두고 여당 대표가 툭 던져 쟁점화하는 식의 접근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뜬금없는 김포시 서울 편입 추진은 경기도민을 갈라쳐서 자신들의 선거 전략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문제를 중앙정부가 과거에 군사정권 시대에 지침 주듯이 먼저 주장하는 것은 시대 상황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여론의 반응이 있으니 갑자기 총선 전략으로 전면화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국지적이고 일부 주민의 이해관계만 담겼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을 발의하면 민주당이 반대할 텐데 입법을 추진해서 정쟁화하겠다는 의도가 뻔하다”며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지옥철이 된 김포골드라인 문제 해결을 고민해야지, 엉뚱하게 ‘서울에 붙여줄게’ 하는 건 포퓰리즘”이라며 “총선 득표를 위한 여당의 매표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과거 서울 편입을 추진하다 중단한 도시를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실제 추진 과정에서 난관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김포와 합치면 북한하고 닿은 한강 하구까지 서울이 되는데 거기까지 서울의 교통 혜택을 다 주려면 돈이 만만치 않게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편입될 도시 입장에서도 지금은 독자적인 예산과 개발 권한이 있는데 서울시의 한 구로 들어가면 예산도 줄고 권한도 없어져 싫어하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서울 지역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재섭 서울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SNS에 “도봉구를 비롯한 서울 외곽의 구는 서울로서 받는 차별은 다 받는데 서울로서 받는 혜택은 못 받아 왔다”며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있는 서울부터 잘 챙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포시가 서울에 들어오면 자치구 사이에 일부 지방세 수입 재분배 결과가 변해 기존 서울 자치구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설익은 총선 승부수”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메가시티 의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금 서울에서 먼저 추진하면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광역교통망이 확충되면서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미스매치가 많아지니 편입 요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경기도가 서울을 둘러싼 링(고리) 구조라 서울시와 계속 협의해야 하는 비효율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수도권만 얘기하면 안 되고 (메가시티 논의를) 부산·울산·경남 등 전국적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김포가 서울이 되면 5호선 연장이나 교통망 확충의 의사결정은 더 빨라질 텐데 수도권 과밀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에는 개발할 땅이 없고 정비 사업이 오래 걸리는데 김포에는 신규로 개발할 땅이 많아 개발을 신속하게 하고 그러면 수도권 주택 공급이 늘어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더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울·경 메가시티 이런 게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메가시티 서울을 하면 서울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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