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수입 금지된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통상 압박에 수입 심의했지만 또 ‘보류’

김태준 기자 2023. 10. 3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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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23년 전 중단된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2000년 소해면상뇌증(광우병) 발병에 따라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에서 쇠고기를 다시 수입하려면 국회에서 수입 위생 조건에 대한 심의를 받아야 한다.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정황근 농림부장관은 “프랑스 장관이 제게 직접 찾아오는 등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통상 압력은 점차 심해지고 있는데, 프랑스 농업부 장관은 지난 4월 방한한 자리에서 WTO 제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정부는 WTO 패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회 심의는 통상 6개월~1년이면 끝나는데 2년 반을 끌어서다. 아일랜드와 프랑스는 2006년, 2008년 자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을 요청했다. 현지 조사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우리 정부는 2021년 4월 행정예고를 실시했고, 그해말 농해수위에 안건이 올라갔다. 그러나 국회는 대선 등의 이유로 논의를 미뤄왔다.

이날 상정된 수입위생조건안은 30개월령 미만 쇠고기만 수입, 광우병 발생 시 검역 중단 등 국제 기준보다 엄격한 수입 기준을 담고 있다. 정부는 패소 시 전면 개방 압박에 놓일 수 있으니 이 기준으로라도 수입하는 게 낫다고 설득했다. 전체 수입 쇠고기 중 유럽산 비중이 1% 미만이므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한우 농가는 수입을 반대했다. 이날 농해수위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EU는 쇠고기 생산량이 세계 3위고, 프랑스와 아일랜드는 EU 내에서도 대표적 수출 강국이다”고 했다.

결국 민주당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이 반대에 가세하면서 안건은 계류됐다. 김승남 의원은 “최근 사료비 폭등으로 한우 한마리를 키우면 마리당 41만 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EU산 쇠고기 수입까지 확대되면 축산농가들의 생존권은 파탄 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굳이 통과시켜 축산업계로부터 욕을 먹을 필요는 없다”며 “이런 이유로 여당 의원들도 통과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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