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가 띄운 메가 서울…"세계적 트렌드" vs "현실성 없어"
與,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 추진
구리·광명·하남·과천까지 거론
英·日 등도 메가시티 정책 추진
경기도는 '서울 편입' 확산 경계
여권이 띄운 ‘서울 메가시티’ 구상이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경기 김포의 서울 편입을 특별법 형태로 추진하는 데 이어 구리 광명 하남 등 인접 지역 편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 서울’ 구상이 현실화하면 부동산 시장과 교통·교육·복지 정책은 물론 도시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서울 편입을 원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메가시티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국가도 메가시티 열풍
메가시티는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과 교통·경제·문화를 연결한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 도시 권역을 뜻한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적 아래 세계 주요 국가들이 메가시티 개발을 추진 중이다. 영국 ‘맨체스터지방연합’, 일본 ‘간사이광역연합’이 대표적이다. 유엔은 전 세계 메가시티가 2018년 33개에서 2030년 43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의힘이 메가 서울 구상을 꺼낸 명분도 도시 경쟁력 강화다. 친윤계 핵심인 박수영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에 “세계 도시와 비교해 서울은 인구수 기준 38위이고, 면적은 605㎢로 인구수 상위 38개 도시 중 29위밖에 안 된다”며 “메가시티로 주민 불편을 덜어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작금의 트렌드”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김포 외에 구리, 광명, 하남, 과천, 성남, 고양 등의 서울 편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음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공식적으로 만난 뒤 본격 검토할 계획”이라며 “인근 지역도 김포처럼 편입을 요구해온다면 똑같은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00년대부터 거론된 메가 서울
메가 서울 구상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2006년 서울·경기·인천을 하나로 묶는 ‘대수도론’을 제시했고, 남경필 전 경기지사는 제7회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2017년 말 서울, 경기, 인천을 합친 ‘광역서울도(道)’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2010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충환 전 한나라당 의원은 강화, 김포, 파주 일부를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 주민들이 서울 편입을 요구한 적도 있다. 하남에선 위례신도시 조성 후 주민 사이에서 ‘서울 편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중랑구와 인접한 구리 토평동과 갈매동에서도 ‘서울로 가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왔다.
다만 이런 논의가 실현된 적은 없다. 지방자치법상 정부가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을 발의하려면 해당 광역·기초의회의 동의를 얻거나 주민 투표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경기 광명은 당초 서울 ‘구로공단’의 배후도시로 형성됐고, 아직 유선전화 지역번호가 서울과 같은 ‘02’일 만큼 서울 편입이 유력한 도시로 꼽혀왔다. 2009년 광명갑 국회의원이던 백지현 전 광명시장과 박영선 전 의원(구로을)이 국회에 행정구역 변경 법안을 발의했지만 무산됐다.
경기도 “현실성 떨어진다”
국민의힘은 의원입법 방식으로 김포시의 서울 편입 특별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지방의회 의결이나 주민 투표 중 하나를 거쳐야 하지만, 정부의 계획 수립 절차를 밟지 않아도 돼 정부 입법에 비해 절차가 간소하다. 국민의힘은 입법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까지 지역사회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과반 의석수를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없이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는 기초지자체의 서울 편입이 ‘터무니없고, 현실성도 없다’며 확산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당장 김동연 지사가 추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차질을 빚게 되기 때문이다.
지역 여론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편입을 원하는 지역 주민이 많을 경우 섣불리 반대했다가 총선 민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하남시 관계자는 “미사강변도시 일부 지역은 ‘서울로 가겠다’는 말이 충분히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길성/김대훈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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