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협치 싹 보인 윤 대통령 시정연설, 긴축·감세 예산 바꿔야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운영 기조는 건전재정”이라며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 사실상 처음 소통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빠졌다. 특히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국정기조 변화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건전재정은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3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 보호에 더 투입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본예산 대비 지출이 2.8% 늘어난 긴축 재정이라고 설명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편성이다. 고용·일자리 등 서민·약자 지원 예산, 미래를 대비하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됐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당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며 초당적·거국적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나 도와달라고 할 뿐,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위기 극복을 위한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보궐선거 결과에 ‘반성한다’고 했지만 국정운영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는 성찰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교육·연금 등 3개 개혁에 힘껏 매진해 왔다” 등 자화자찬성 발언을 늘어놓았다. 윤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이 과연 바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야당 지도부 목소리를 들었다. 만시지탄이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5부 요인·여야 지도부와 환담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처음 소통했다. 연설 후에는 국회의장단·원내대표·상임위원장단과 간담회·오찬을 했다. 야당은 실질적인 민생 대책 마련과 국회 존중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를) 다 기억했다가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민생의 버팀목인 국가 재정 역할 확대가 절실하다. 정부는 부자감세를 철회해 세수 결손을 줄이고, 추가 국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지출을 늘려야 한다. 민생 문제 해결에 대통령·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만남은 정치 복원과 협치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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