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꼼꼼’ 설명, ‘협치’보다 ‘디테일’ 치중…윤 대통령 시정연설 내용 분석
윤석열 대통령의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은 그간 밝힌 국정 기조의 연장선에 가까웠다. 건전재정 기조 아래 약자 지원과 3대(노동·연금·복지) 개혁 추진을 강조했다.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통합과 협치의 구체적 방안은 눈에 띄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시정연설 마지막 부분에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며 국회에 예산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다.
시정 연설문은 크게 지난 1년 각 분야의 국정 성과를 강조하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국회 협조를 요청하는 구조로 짜였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무리하며 방점을 ‘국회 협조 요청’에 찍었지만 내용 면에선 구체적인 협치 제안이 눈에 띄지 않았다.
연설문 전체적으로 기존 국정 운영 기조를 유지하되 전 정부와 야권을 향한 직·간접적 비판은 자제했다. 대신 예산 분야별로 정부 성과와 계획을 설명하는데 집중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강조해온 민생 강조 메시지를 이어가면서 세부 분야별로 예산 편성 변화를 설명하는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혈세를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라며 “내년 총지출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아낀 재원으로는 “국방, 법치, 교육, 보건 등 국가 본질 기능의 강화와 약자 보호,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더 투입하겠다”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사태를 정당화하는데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은 “(R&D 예산을 두고) 질적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첨단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초유의 R&D 예산 삭감에 따른 미래 산업 동력 확보에 대한 비판을 불식하려 한 것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국가 재정 절약, 긴축 재정 기조로 아낀 재원을 사회적 약자 등 ‘약자 복지’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 보궐선거 참패 후 민생 중심 기조를 강조하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추진 과정을 두고는 “정부는 대한민국 미래와 미래세대를 위한 3대 개혁에도 힘을 쏟아왔다”고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최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핵심 숫자가 빠져 비판받은 연금개혁안에는 “연금개혁을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했다”며 “(국회의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안이 제출되지 상황에서 정부가 향후 사회적 논의를 주도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의 역사를 만들어 가자”는 말로 시정연설을 마무리했다. 국회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했지만 협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연설에 담지 않았다. 야당을 중심으로 요구해온 국정 방향 전반에 대한 성찰과 변화 의지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첫 시정연설 사전 환담, 국회 상임위원장들과의 첫 간담회 등 국회와의 접촉면을 넓혔지만 ‘미약한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연설에서 경제(23회), 국민(22회) 외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개혁(14회)과 재정(13회)이었다. 건전 재정 기조와 3대 개혁 추진을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민생 최우선 기조를 강화하는데 맞춰 민생(9회)과 물가(8회)도 주요 키워드로 다뤄졌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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