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원료·병값 모두 올라…"정부 압박에도 더는 못버텨"
2년새 주정 18%·병값 21% 상승
출고가 뛰면 도·소매 값도 올라
식당서 소주 1병값 7000원 전망
"외식 물가 자극하는 요인 될 것"
다른 소주업체도 인상 나설 듯
소주 시장 1위 하이트진로가 소주 제품 출고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음식점 소주 1병에 7000원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주류업계에서 나온다. 이미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지난달 맥주 출고가를 6.9% 올린 만큼 음식점에서 소맥(소주+맥주)을 마시기 위해 소주 1병과 맥주 2병을 시키면 조만간 2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당 소주 7000원으로 오르나
하이트진로는 오는 11월 9일 ‘참이슬’과 ‘진로’ 출고가를 각각 6.9%, 9.3% 인상한다. 참이슬 360mL의 출고 가격은 1166.6원에서 1247.7원으로 81원 오른다. 진로 360mL의 출고가는 1096원에서 1197.9원이 된다. 프리미엄 소주인 ‘일품진로’는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통상 주류 출고가가 상향 조정되면 음식점과 주점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은 곱절 이상 뛴다.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칠 때마다 공급 가격의 10% 수준 부가가치세가 각각 붙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소주 가격은 인상 폭이 훨씬 더 커진다.
과거 사례에서 보면 출고가가 100원만 올라도 식당 소주값은 1000원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주의 출고가는 2019년(참이슬 65.5원,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73.0원)과 작년(참이슬 85.4원, 처음처럼 65.5원) 두 번 인상분을 합쳐도 200원이 채 오르지 않았다. 그사이 식당, 주점의 소주 판매가는 4000원에서 6000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그런 만큼 이번 출고가 인상으로 ‘소주 7000원 시대’가 현실이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벌써 음식점 등에서는 소주 가격을 500~1000원 올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류 업체 관계자는 “소주 제조 업체들이 출고가를 올리면 중간 유통상도 그에 비례해 이익을 남기려 하기 때문에 결국 음식점에서는 소주 가격이 대폭 오른다”며 “소주값 인상은 외식비 전체를 올리는 핵심 압박 요인”이라고 말했다. 삼겹살 1인분(200g당 1만9253원·한국소비자원 집계)에 소주 1병, 맥주 2병을 시켜 소맥 세트를 즐기려면 비용이 1인당 4만원을 훌쩍 넘는다. 소주와 맥주 한 병에 1만원을 받는 곳도 점점 늘고 있다. 서울 강남 등지 참치집과 이자카야 중에는 일반 소주를 1만원 받는 곳이 많다.
다른 기업도 인상 가능성
하이트진로는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을 출고가 인상 요인으로 꼽았다. 소주는 주정(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제조한다. 10개 주정 회사가 공급하는 주정을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해 10년 만에 주정값을 8% 넘게 올린 데 이어 올 4월에도 9.8% 인상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새 병 구입 가격도 최근 2년 새 21.6% 올랐다. 물류비와 인건비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들썩이는 물가를 억누르기 위해 우유, 설탕 등의 제품 가격 인상 자제령을 내리며 식품업계를 압박하고 있지만 원·부자재 가격 상승 폭이 워낙 커 더는 소주 출고가 인상을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전체 소주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하이트진로가 가격을 올리면서 롯데칠성음료, 무학, 보해양조, 대선주조 등 다른 소주 업체도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다른 소주회사 관계자는 “인상 여부와 시기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 일각에서는 주류 출고가 인상분보다 식당 판매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주류 판매 가격을 출고가의 세 배 안팎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주 출고가가 800원 수준이던 2000년대엔 식당들이 보통 2000~3000원에 소주를 팔았고, 출고가가 1000원 수준이던 2010년대에 3000~4000원을 받았다. 이를 감안하면 출고가가 1200원 내외인 지금은 인건비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4000~5000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것이 주류업계 주장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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