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전광판, 유럽식 공방, 뮤지컬 무대…백화점들 ‘미리’ 크리스마스 경쟁

김소민 기자 2023. 10. 3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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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롯데백화점 본점까지 약 100m 거리.

크리스마스를 두 달이나 앞뒀는데 백화점들 사이에서는 크리스마스 점포 장식 경쟁이 벌써부터 불붙었다.

백화점 3사가 크리스마스 장식에 공을 들이는 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인증샷'으로 SNS등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크리스마스 장식 기간 본점의 식당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70%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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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백화점들이 연말연시와 성탄절을 앞두고 ‘인증샷 명소’로 변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오른쪽사진)은 ‘마이 디어리스트 위시’를 주제로 정세랑 소설가와 협업한 이야기를 시각적 효과로 풀어냈다. 현대백화점은 ‘해리의 꿈의 상점’을 주제로 더현대서울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유럽풍 작은 공방들이 모여 있는 이국적인 마을 ‘H 빌리지’를 구현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조만간 올해 장식을 공개할 예정이다. 각 사 제공
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롯데백화점 본점까지 약 100m 거리. 유럽풍 크리스마스 상점들이 벌써 들어섰다. 3층 높이의 상점 유리벽엔 소원과 희망을 담은 편지를 소중한 이들에게 전달하는 편지 배달부 ‘똔뚜’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소설 ‘시선으로부터’,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쓴 정세랑 작가가 기획에 참여했다. 유리벽의 QR코드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면 을지로입구역 앞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 자신이 쓴 메시지를 노출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동화를 읽으며 길을 걷던 행인 누구나 자기만의 편지를 띄울 수 있다”고 했다.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크리스마스를 두 달이나 앞뒀는데 백화점들 사이에서는 크리스마스 점포 장식 경쟁이 벌써부터 불붙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남기려는 고객들의 발길을 백화점으로 모아 매출로 연결하기 위한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올해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이는 곳은 현대백화점. 1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5층에 크리스마스 골목길 콘셉트로 꾸민 ‘H빌리지’를 공개한다. ‘해리의 꿈의 상점’이라는 주제로 동화적인 분위기의 마을에 유럽식 공방(atelier)들이 들어선 게 특징이다. 3300㎡(약 1000평)의 마을에 높이 11m의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현대백화점 16개 점포를 상징하는 16개의 상점, 6000개의 조명 등으로 꾸며진다. 지난달 30일 네이버로 1차 입장 예약을 받은 결과 동시접속자 2만 명이 넘으며 당일 마감됐다.

신세계백화점은 9일부터 ‘신세계 극장’이라는 주제로 환상적인 뮤지컬 무대를 본점 외벽에 연출할 계획이다. 극장의 붉은 커튼이 걷히고 금빛 사슴을 따라 신비로운 숲으로 들어가는 3분 여 간의 영상을 담을 예정이다. 현재 서울 본점 외관에 미디어 파사드를 걸어놓고 막바지 준비 중이다.

작년 신세계백화점 디지털 파사드
백화점 3사가 크리스마스 장식에 공을 들이는 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인증샷’으로 SNS등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고, 외국인 관광객에겐 관광 자원이 되기도 한다. 백화점 3사는 3분기(7~9월)까지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만큼 소비 대목인 4분기 매출 극대화를 위한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크리스마스 장식 기간 본점의 식당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70% 뛰어올랐다. 이 때문에 올해는 지난해(11월 15일)보다 2주 가량 일찍(11월 3일) 성탄절 장식을 선보이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해 크리스마스 당일엔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백화점 일대에 교통체증까지 걸렸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을 압도하려면 오프라인 매장으로 일단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매출 대목인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해 연초부터 전담 팀을 운영하고, 소설 미디어와 협업하는 등 1년 내내 준비한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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