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경기회복 불씨 살아났지만, 경계심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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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기가 조금씩 풀리면서 주요 경제지표가 다 같이 올랐다.
통계청이 10월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산업 생산, 소비, 투자 3가지 지표가 일제히 전월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다.
온통 침울한 숫자에 둘러싸인 한국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그나마 다행스러운 수치로 볼 순 있을 것이다.
수출 25%가 반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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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 등 대외변수 과제 많아
반도체 회복세는 9월 들어 이전보다 한층 강해졌다. 9월 반도체 생산은 전년동월 대비 23.7% 증가했다. 지난해 6월(24.9%)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전월과 비교하면 12.9% 늘어 두달 연속 두자릿수 증가다. 살아나기 시작한 반도체는 삼성전자 실적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를 통해 3·4분기 영업이익이 2조436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적자 폭이 줄면서 올해 처음으로 조 단위 분기 영업이익 달성에 성공했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수출 25%가 반도체다. 반도체 경기가 미약하게라도 반전의 기미가 보이면 지표 전체가 탄력을 받는 구조다. 그런 만큼 소폭 오른 생산, 소비에 안도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소비와 투자도 전월 대비 늘긴 했으나 지난해 동월 대비로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동월 대비 6% 가까이 줄었다.
정부 기대대로 올해 우리 경제가 종반기로 가면서 완연히 솟아오르길 모두가 바라지만, 그럴 수 있는 대외여건이 아니어서 더 걱정스럽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월 30일(현지시간) 전시내각 회의 직후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양측 충돌은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 이웃 아랍국의 참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은행이 공개한 '원자재 시장전망' 보고서를 보면 중동전쟁이 지금보다 악화될 경우 유가는 75%까지 급등할 수 있다. 석유 공급량이 하루 최대 800만배럴씩 급감해 배럴당 150달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1973년 4차 중동전쟁 때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 금수에 나섰던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란이 참전해 세계 핵심 석유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배럴당 2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반등을 노리는 한국 경제가 고유가 덫에 빠져 지금보다 더 깊은 수렁에서 허덕일 수 있다.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도 빚에 눌린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다. 가계, 기업, 국가 전부가 거대한 빚더미에 앉아 있다. 금리는 계속 오르는데 부채 줄이기에 실패하면 제자리에서 뛰기도 힘들어진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체질개선에 사활을 거는 것 말고는 현실을 타개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 고통을 분담하고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정쟁에 빠진 정치권의 각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국민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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