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반등 ?… 고금리·고물가에 짓눌린 소비·투자에 달렸다
경기 '상저하고' 궤도 진입 낙관
소매판매 '+'에도 6분기째 감소
車생산 감소·중동 불안도 변수로
■반도체에 기댄 산업생산 호조
통계청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이날 산업활동동향 브리핑에서 "광공업 회복세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광공업 생산은 지난 8월 전월 대비 5.2% 증가했고, 9월에는 1.8% 늘어났다. 전년동기 대비로도 8월엔 -0.7%였지만 9월은 3.0%였다.
광공업 생산 호조를 이끈 것은 반도체 생산이다. 9월 D램, 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이 12.9%, 반도체 조립장비 등 기계장비가 5.1% 늘었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 8월 13.5%에 이어 2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다. 두달 연속 이 같은 증가세를 보인 것은 14년7개월 만이다.
이 같은 반도체 호조가 이른바 정부의 경기흐름 전망인 '상저하고(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가 궤도에 올라섰다는 주요 근거다. 전 산업 생산 중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보다 0.4% 증가하면서 4개월 연속 증가했다. 도소매(1.7%), 운수·창고(2.2%), 숙박·음식점(2.4%) 등에서 늘었다. 예술·스포츠·여가(-4.2%), 정보통신(-0.7%), 협회·수리·개인(-1.9%) 등에서 줄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에서 판매가 늘면서 전월보다 0.2% 소폭 증가했다.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2.3%)와 의복 등 준내구재(-2.8%)에서 판매가 줄었고,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3%)에서 판매가 늘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7% 늘면서 지난해 8월(8.9%) 이후 1년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7.3%)와 항공기 등 운송장비(12.6%)에서 투자가 모두 늘었다.
■짓눌린 소비·부진한 투자
소매 판매까지 포함해 트리플 증가를 보였지만 향후 경기흐름의 변수는 고물가·고금리에 짓눌린 소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9월 산업활동동향 지표만으론 경기반등 신호로 보기 어렵다"며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정도인데 물가, 금리에 부담을 느낀 소비부문에서 연말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9월 소매 판매는 0.2% 증가하면서 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3·4분기 기준으로는 2.5% 감소했다. 2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년동기 기준으론 6분기 연속 감소세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5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감소 폭인 2.7%는 2009년 1·4분기(-4.5%) 이후 가장 크다. 월 단위가 아닌 좀 더 기간을 길게 해서 분석하면 소비는 부진하다는 의미다.
소비심리 또한 냉랭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15~27일 국내 음식점, 주점 등 외식업체 3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는 83.85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가장 낮다.
경기선행지표로 인식되는 설비투자는 분기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전분기 대비 모두 감소세다. 3·4분기 설비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10.6% 줄었다. 전기 대비로도 3.5% 감소했다.
반도체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듯한 9월 산업활동 지표도 불안요인이다. 실제 3·4분기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지수는 1.3% 내리며 전분기(-0.3%)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전년동기 기준으로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9월에는 특히 자동차 생산이 전월 대비 두달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7.5%의 부진한 흐름이다. 자동차는 반도체에 비해 고용유발효과가 큰 산업이어서 경기흐름에 그만큼 더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다 중동불안 가중은 경기전망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기재부도 중동불안과 함께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주요국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건설수주 부진, 가계부채 부담, 물가불안 등을 경기 하방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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