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먹여살리던 땅콩의 부활… 농진청 종자 개선'희소식'
제주농기원과 '우도올레-1' 개발
"기존 땅콩보다 맛·식감 더 좋아"
2025년까지 기존종 100% 대체
10월 31일 농촌진흥청은 올해 신품봉 '우도올레-1'의 시범 재배를 기반으로 내년 보급을 본격화해 2025년이면 재래종을 100%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시범재배는 10ha에서 800kg의 피땅콩 수확을 거둘 예정이다.
소가 누운 모양을 닮은 '우도'는 제주도 관광객에게 특색있는 자연 경관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동시에 국산 땅콩의 주요 생산지기도 했다. 우도 지역 경지면적의 약 40%가 땅콩 재배지일 정도다. 우도 농가의 수입을 실질적으로 책임져온 것은 관광 수입보다 땅콩 수확이었다. 올해 기준으로도 170ha의 재배지에서 210t을 생산했고 73억5000만원의 수입을 도민에 가져다줬다.
'우도 땅콩'이 도민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오은영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는 "땅콩 자체를 출하하기보다 섬 내에서 알땅콩을 볶는 등 자체적으로 가공해 아이스크림, 커피, 막걸리 등의 식재료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우도 땅콩' 품종이 가져야 할 덕목 가운데 '저장성'과 '가공성'이 중요 요인으로 떠오른 이유다.
신품종 개발의 필요성 역시 기존 품종의 저장성과 생산성 하락이 배경이었다. 기존 품종은 1987년 소립종 '영호' 땅콩을 도입하며 건너왔다. 우도 농가에 자리잡은 지 35년이 넘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도입 기간이 오래된 만큼 재배 방식도 자연강우에 의존해왔다. 가뭄 등 농업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 비해 최근 제초제 사용이 크게 제약되며 병충해에도 약점을 드러냈다. 제초제 사용을 늘리자 우도의 토양 환경을 해치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농촌진흥청이 이같은 기존 품종의 경쟁력 약화를 알아챈 것 역시 최근의 일이 아니다. 제주 농업기술원과 신품종 '우도올레-1' 개발에 착수한 것도 2014년의 일이다. 재래 땅콩의 특성을 살리는 동시에 건강기능성과 저장성을 모두 향상시키는 연구에 9년여를 투자한 셈이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땅콩의 모양까지 품종 개발의 연구 대상이었다. 오 연구사는 "우도에서 땅콩은 문화 그 자체"라며 "55g 수준의 무게에 작고 동글한 모양을 가진 '우도 땅콩'의 지역 특수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기존 '우도 땅콩'의 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공성과 품질 향상도 이뤄내야 했다. 우도에서 땅콩은 볶음 알땅콩, 햄버거, 아이스크림, 커피, 막걸리 등 다양한 식음료의 재료로 활용된다. 사실상 우도를 찾는 관광객이 느끼는 식문화와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셈이다.
신품종 '우도올레-1'은 재래 땅콩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고소할 뿐만 아니라 수확량도 16% 높다. 맛을 내는 땅콩 속 지방산의 '올레산' 비중을 기존 품종 40%에서 신품종 80%로 두 배 가량 늘린 효과다. 올레산 함량이 높아지며 산패에는 8배 강한 효과를 가져왔다. 올레산이 가진 심혈관질환 예방과 콜레스테롤 감소 등 건강 기능성 효과가 확대된 것은 덤이다.
올해 시범재배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는 올해 수확을 기반으로 40ha 달하는 재배지에 신품종을 생육할 계획이다. 이후 2025년 120ha로 재배면적을 넓히면 사실상 우도 땅콩의 품종 대체가 100%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우도 현지에서 개최했던 '우도올레-1 성능 평가회'에서 생산자와 가공식품 판매자 모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며 현장 적용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지역 특성상 농촌진흥기관의 기술지원도 월 1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간 우도의 농업기술취약지역에는 20회에 이르는 현장 지도가 실시된 바 있다.
고보성 제주 동부농업기술센터 팀장은 "신품종 '우도올레-1'에 대한 농업인들의 기대가 크다"며 "앞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재배기술을 신속히 보급해 기존 재래종을 '우도올레-1'로 빠르게 대체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춘송 농촌진흥청 밭작물 개발과 과장은 "앞으로도 지역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지방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지역 맞춤형 품종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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