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보안서약서 한 장에 맡긴 국가핵심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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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업 이직을 앞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자의 기술유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가 전략·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의 기술보안에 구멍이 드러났다.
이형원 특허청 기술경찰과 서기관(법학박사)은 "출연연 연구자들은 국가 중요 기술을 다루는 만큼 기술보안을 위한 제도 정비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기술유출의 경우 80% 이상이 전·현직 직원에 의해 발생하는 점을 가만해 출연연 퇴직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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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연 이직 기술유출에 무방비
해외취업조차 제한규정도 없어
민간 기업 이직을 앞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자의 기술유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가 전략·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의 기술보안에 구멍이 드러났다.
국가 핵심기술을 개발한 연구자조차 '보안서약서'만 쓰면 30일 내에 퇴직이 가능하고, 연구개발 과정에서 취득한 기술을 마음만 먹으면 외부로 쉽게 유출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해외 기관이나 기업으로 이직해도 사전 취업심사나 제한규정이 전무해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 무방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항우연 소속 연구자 4명이 기술유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건을 계기로 국가 핵심기술을 다루는 출연연의 기술보안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출연연 연구자가 대학이나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출연연을 퇴직한 인력은 2018년 128명에서 지난해 189명으로 늘었다. 출연연 정년퇴직자 수도 한 해 200명에 달해, 매년 400명 가량의 출연연 인력이 연구현장을 떠나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만 연구자 147명이 기관을 떠났다. 이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105명), 한국원자력연구원(88명), 한국생산기술연구원(86명), 한국화학연구원( 53명) 순이었다. 이들 기관은 ICT, 양자, 원자력, 차세대소재 등 국가 전략기술을 연구하는 곳들이다.
연구자 기술유출 의혹을 받는 항우연의 경우 발사체, 위성 등 국가 안보를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함에도 불구하고 기관 보안등급이 '나'로, '가'급 기관인 원자력연구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보다 낮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기술보안 조치와 규정이 미흡하고 연구자들의 관련 인식도 낮다.
실제로 감사 결과 누리호 연구자들이 기술정보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대전 본원에서 떼어 나로우주센터 등으로 가지고 가 업무를 보는 일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이번에 기술유출 의혹을 받는 연구자들도 누리호 관련 기술 정보가 들어있는 하드디스크를 떼어내고 특정 시기에 기술자료를 집중적으로 열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가 30일 해당 연구자들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검찰은 31일 항우연을 전격 압수수색해 연구자들의 컴퓨터와 자료 등을 확인했다.
항우연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기술보안 강화와 기술유출 대응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구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기관 차원에서 보안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연연 퇴직자 대상 기술보안 관리도 전무하다. 관련기관에 따르면 국가 핵심 기술을 개발한 후 퇴직한 연구자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는 체계조차 없다. 기술보안 규정을 강하게 적용해야 하는 연구분야 지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퇴직자로 인한 기술유출에 손놓고 있는 셈이다.
이형원 특허청 기술경찰과 서기관(법학박사)은 "출연연 연구자들은 국가 중요 기술을 다루는 만큼 기술보안을 위한 제도 정비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기술유출의 경우 80% 이상이 전·현직 직원에 의해 발생하는 점을 가만해 출연연 퇴직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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