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에서 대로변으로…빵집·약국옆 가게서 마약유통 의심 [일상 파고든 검은 유혹]
영화에서 보던 은밀한 거래 옛말
동네 주민·상인 우려 목소리
■G유흥주점, 사건 터진 후 문닫고 이전
31일 G유흥주점의 옛 영업장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최근 연예인 마약 투약 수사 사건에 대해 믿기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언주역 인근에서 주차 관리원으로 일하는 B씨는 "G유흥주점의 경우 다른 유흥주점과 달리 상당히 조용한 편이었다. 술 먹고 시끄럽게 노래 부르는 사람도 없었고 고주망태가 되어 행패 부리는 사람도 없는 정말 신사적인 술집이었다"며 "그런데 여기 출입하는 사람들이 마약 사건에 휘말릴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라고 혀를 찼다.
경찰은 유흥주점 안에서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이선균과 지드래곤, A실장(구속)을 포함해 이들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의사 등 5명을 마약 투약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재벌가 3세, 작곡가, 가수 지망생 등 나머지 5명에 대해서도 투약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내사 중이다.
현재까지 G유흥주점 안에서는 마약 유통이나 투약 행위가 일어났다는 소식은 없다. G유흥주점은 현재 다른 곳으로 이전해 있다. 옛 영업장에서 교차로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 방향으로 100여m 떨어진 곳이다. 약 5개월 전에 더 넓은 영업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전했다는 것이 상인들의 전언이다. G유흥주점이 있던 곳은 현재 다른 유흥주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G유흥업소는 현재 간판을 흰색 천으로 가린 상태이다. 또 다른 인근 상인은 "인터넷상에 가게 이름이 거론되기 때문인지,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인지 한 4~5일 전부턴 영업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 "내 주변에서 마약이 오가다니"
G유흥주점의 옛 영업장은 그야말로 양지에 있었다. 가게 입구는 대로변과 면해있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10발짝만 걸어가면 지하철 출구가 있다. 주변에는 약국과 안경원, 프랜차이즈 빵집 등 서울의 여느 동네에서 자주 볼법한 근린생활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마약 연루 사건이 음지에서 일어난다는 통념이 깨진 것이다.
동네주민 40대 B씨는 "평소에는 그냥 비싼 술집 정도로 생각했지, 여기 직원이나 손님이 밖에서 마약을 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면서 "내 주변시설을 스치며 다니던 사람들이 마약을 했다고 생각하니 무섭다"라고 말했다.
반려견을 산책시키고 있던 60세 임모씨는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해서 하루빨리 마약 범죄의 뿌리를 뽑아야한다"며 "알 만한 연예인에게도 마약 사건이 벌어질 정도면 마약 범죄가 이미 우리 사회 저변에 퍼져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40대 이모씨는 "이번에는 마약만 밝혀졌지만 차마 입에도 담기 힘든 범죄들이 또 이뤄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며 "미디어 등을 통해 들은 정보에 의하면 마약을 매개로 다른 흉악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는데, 세상 살기 두렵다"라고 말했다.
■마약사범, 5년만에 31.4% 급증
마약이 일상 저변으로 스며들면서 한국은 지난 2016년부터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검거된 마약사범은 지난해 1만8395명으로 5년 전인 2018년의 1만2613명과 견줘 31.4%씩이나 급증했다. 최근 들어선 10대와 20대의 마약 중독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광진갑)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마약 중독 치료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마약 중독자 중 치료받은 환자의 수는 2018년 6984명에서 2022년 6601명으로 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의 경우 2018년 기준 370명에서 2022년 498명으로 34%가 늘었다. 20대의 경우 2018년 893명에서 2022년 1383명으로 약 55%가 늘었다. 1020세대에서 44%가 급증한 셈이다.
치료기관 수는 줄고 있다고 한다. 국내 정부 지정 중독치료·보호기관은 2018년에 2곳의 지정병원이 해지되어 24곳이 되었고 의사의 수 또한 2018년 173명에서 2022년 114명으로 5년 새 59명(34%)이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약치료병원으로 이름난 인천참사랑병원의 천영훈 병원장은 "마약 중독 환자들이 2020년께부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내원하고 있다"며 "마약 유통이 예전에는 음지에서 이뤄졌다면, 요즘에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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