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사 불만 표시? 가슴에 ‘노란별’ 달고 안보리 나온 이유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참석하면서 가슴팍에 ‘노란 별’ 배지를 달아 관심이 쏠린다. 이 노란색 육각성(六角星)은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로, 과거 나치가 유대인이라는 표지로 패용하도록 강제했다. 이에 이스라엘 대사가 노란색 육각성 배지를 달고 나온 건 하마스의 잔학행위를 나치에 비유하며 국제사회에 적극적인 제재를 요구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30일(현지 시각) DPA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에르단 이스라엘 대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 다윗의 별 배지를 달고 참석했다. 에르단 대사가 상의 옷깃에 단 노란색 다윗의 별 배지 한 가운데에는 “다시는 안된다(Never Again)”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다윗의 별은 유대인과 유대교의 상징이자, 과거 나치가 유대인을 격리하기 위해 사용했던 표식이다. 이는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나치의 네덜란드 지배 시기에 남긴 일기 ‘안네의 일기’에서도 “네덜란드 사람들이 우리를 가엾게 보았지만, 노란 별을 단 우리를 그들은 도와주고 싶어도 돕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등장한다.
에르단 대사는 이날 노란 별을 착용한 뒤 국제사회에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에르단 대사는 “우리는 여러분이 하마스의 잔학행위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인질 석방을 요구할 때까지 이 별을 달 것”이라며 과거 자신의 조부모를 비롯한 수백만 유대인들이 나치 탄압 시절 노란 별을 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보리는 하마스의 전례 없고 치명적인 공격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나를 볼 때마다 악에 맞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르단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안보리에 앞서 지난 27일 열린 유엔 긴급 총회에서 나온 결의안 때문으로 보인다. 인접국 요르단 주도로 마련된 이 결의안에는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규탄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질을 붙잡은 주체가 하마스라는 표현도 사용되지 않았다. 단지 ‘민간인의 안전을 보장하고, 조건 없이 석방해야 한다’고만 나와 있다.
에르단 대사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 민간인 살해로 촉발된 이번 전쟁에서 양측의 사망자 수를 비교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영국 측 희생자를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여러분 중 일부는 지난 80년 동안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이 조직이 왜 설립되었는지조차 잊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을 나치 탄압에 비유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에도 “이번 테러는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 민족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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