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르테미스 희진 "이제 진짜 아티스트가 된 것 같아요"
"재데뷔한 멤버들 보며 부담감"
공동 프로듀싱 "자립심 생겼다"
"K팝 대표 포부…아이유 롤모델"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공동 프로듀서(Co-producer) 전희진. 그룹 '이달의 소녀'(LOONA·이달소) 출신 희진의 첫 미니앨범 크레디트에 오른 이름이다. 희진은 전 소속사와의 분쟁을 겪고 새 소속사에서 활동을 재개하며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더 이상 플레이어로만 머무르지 않았다. 곡 작업부터 앨범 커버, 티저, 의상 등 사소한 부분까지 손길을 뻗쳤다. 온전히 자신의 색깔이 녹아있는 앨범을 세상을 내보이는 순간, 희진은 "이제 진짜 아티스트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희진의 솔로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희진은 매달 새로운 멤버를 공개하는 전략의 이달소의 첫 번째 멤버였다. 2016년 싱글 '비비드(ViViD)'가 정식 데뷔곡이다. "이번 앨범이 솔로 컴백인지 데뷔인지 대표님께 직접 여쭤봤어요. 컴백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솔로로 음악방송을 하는 건 처음이지만, 솔로 앨범을 발매했었고 팬들 앞에서 무대를 보여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컴백이 맞는 것 같아요."
희진의 새로운 출발에 손을 잡은 건 이달소 제작에 참여했던 정병기(제이든 정) 대표다. 정 대표는 이달소가 공중분해 위기에 처해지자 희진을 비롯한 이달소 멤버 최리·진솔·김립을 자신이 설립한 모드하우스로 영입했다. 뒤이어 하슬도 합류했다. 다섯 멤버는 이달소 세계관이 이어지는 '아르테미스'(ARTMS) 프로젝트로 다시 엮였다. 프로젝트의 첫 발은 이달소 유닛이었던 '오드아이써클(최리·진솔·김립)'이었고, 희진이 솔로로 뒤를 잇는다. 유닛과 솔로로 각자 역량을 펼치고 아르테미스 완전체로 활동할 계획이다.
"책임감이 굉장히 커요. 예전에 앨범을 냈을 때랑 비교도 안 될 만큼 부담감이 크죠. 멤버들, 회사 분들과 (앨범 발매를 앞두고)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응원의 메시지를 아낌없이 주더라고요. 멤버들이 '잘할 수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마'라고 하면서 틈틈이 응원을 해줘서 힘을 낼 수 있었어요. 많이 기대하고 있는 만큼 제가 솔로 포문을 잘 열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앨범명은 'K'. 코리아(Korea)를 뜻한다. 희진은 "내가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은 것"이라며 "K팝이 지향하는 음악을 담았다. 한국의 미를 많이 담으려 앨범 재킷도 버전을 나눴고, 구성품에도 한국적인 요소를 넣었다"고 했다.
타이틀곡 '알고리즘(Algorithm)' 뮤직비디오는 드라마 '궁'을 오마주 했다. 궁에 사는 공주인 희진이 K팝 스타를 꿈꾸는 이야기다. 희진의 한복 자태가 시선을 끌고, 궁에서 노트북과 휴대폰을 하는 이색적인 모습이 재미를 더한다. 틱톡을 찍는 공주의 모습부터 궁을 탈출해 만난 오드아이써클과의 우정, 오디션을 응원하는 하슬의 모습도 담겼다. "오디션을 마친 뒤 제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뮤직비디오가 끝나요. 열린 결말이죠. 뮤직비디오의 결말이 앞으로의 제 활동 모습일 수도 있어요."
희진의 밝고 맑은 이미지가 특화된 곡이라 새 출발에 알맞기도 하다. 80년대 팝을 주도했던 마돈나, 자넷 잭슨, 신디 로퍼 등 아티스트들의 사운드를 K팝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K팝 시장의 주류인 이지 리스닝 계열이다. "대표님이 이 곡을 타이틀로 정말 확고하게 밀었어요. 전 부담감이 크다 보니 '이걸로 될까요? 확실하신가요?'라고 되물었죠.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스스로 잘 살릴 수 있는 곡이에요."
"요즘은 알고리즘 없이 살 수 없잖아요. 많은 분들의 알고리즘에 제가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숏폼 콘텐츠 뒷 배경에 깔리는 노래로 유행하는 곡의 척도를 알 수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배경음으로 사용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희진은 '알고리즘'을 비롯해 '비디오 게임(Video Game)', '노키아(Nokia)', '어딕션(Addiction)'까지 총 6곡 중 4곡의 작사에도 참여했다. 새벽에 야식을 먹다가도,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도 영감을 받았다. 이달소 앨범에서는 하지 못했던 일이다. 적극적으로 작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희진의 의견에서 시작됐다. "1부터 10까지 모든 것에 관여를 했어요. 대표님이 귀찮아할 정도로요. 앨범 커버도 바꿔야 될 것 같더라고요. 제가 미술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 티저에 폰트도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제가 직접 선택했어요. 의상도 스크랩해서 보여주고요. 뮤직비디오 마지막 신도 바꾸고, 멤버들의 분량을 조금 더 챙기기도 했어요."
부담감과 책임감이 뒤얽힌 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성장했다. 희진은 "자립심이 생겼다. 이전에는 시스템도 몰랐고 노래가 주어지는 대로 했다면, 스스로 의견을 내고 아닌 건 아니라고 한다"고 했다. 이어 "앨범 작업을 하면서 항상 내가 컨펌을 내렸다. 컨펌을 내리기 전까지는 회사가 움직일 수 없었다"며 "그런 부분에서 아티스트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만족도 100%인 앨범은 이제 대중의 평가만 남았다. 이달소 멤버들로 구성된 그룹 오드아이써클, 루셈블이나 솔로로 데뷔한 츄 등의 새 출발을 바라보며 곧 다가올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처럼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잘 해내는 멤버들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수치적으로는 음악방송 1위를 해보고 싶어요. 꿈은 크게 가지는 거니까 빌보드에도 갈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자신감을 더 많이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대중들이 희진이라는 가수를 많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완성도가 높은 앨범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아르테미스 활동의 초석 같은 앨범이긴 하지만, 앞으로 솔로 가수로도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다. 희진은 솔로 가수로서 자신의 강점을 "다채로움"이라고 평했다. 그는 "대중에게 팔레트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힙합을 좋아해서 K팝에 힙을 몇 방울 섞어서 재해석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롤모델이 원래 없었어요. 저의 색깔은 스스로가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요새는 다른 가수들에게 영감이 올 때도 있더라고요. 연기 레슨도 하고 있는데 연기를 배우고 싶다는 이유도 아이유 선배님이었어요.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냐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이유 선배님은 항상 해내는 분이잖아요. 자연스럽게 아이유 선배님이 롤모델이 된 것 같아요. 그런 가수가 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웃음)
뿌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은 확고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내실을 다지다가 이달소로 모일 날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이유가 있는 선택이었고 미래를 위한 준비다. "러브콜이 왔었지만 한두 명 정도만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그게 아니었거든요. 멤버들이 최대한 한 곳에 모이자는 의지가 컸어요. 우리를 유일하게 모아주는 곳이 모드하우스였고요. 저희는 언제든지 완전체를 열어두고 있어요. 대표님도 긍정적이고, 팬들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회가 된다면 12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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