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간담회서 R&D예산 삭감 우려 '분출'…"씨앗 뿌려야 열매 나와"
[서울=뉴시스] 이재우 정성원 기자 =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특위)는 31일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한 것과 관련해, '지출 구조조정'이라는 정부 기조를 유지하되 과학기술계의 우려를 반영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 보완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R&D 예산 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정우성 위원장 등 특위 관계자들은 물론 박태현 한국과기술한림원 정책부원장,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이종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정옥상 기초연구연합회 회장, 이어확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수석부위원장, 제동국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노조위원장, 신성식 성균관대 교수(젊은 연구자 대표) 등 과학기술계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우려를 표명했다. 정우성 위원장은 "특위는 앞으로 있을 예산 심의에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제대로 된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R&D 투자 지속적 확대돼야 한다. 거칠게 수정돼 다소 미흡했던 예산은 심의 과정에서 수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과기분야 첫번째 과제는 과학 시스템 재설계다.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지 제대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시스템이 제대로 서면 R&D 투자가 늘고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다. 과기 시스템 재설계 원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홍석준 의원은 "R&D 규모 3조4000억원, 10.9% 줄였는데 야당은 침소봉대해 일반재정 넘어가는 것을 포함해 17~18% 줄였다고 얘기한다"며 "R&D가 절대 정쟁 대상이 되면 안 된다. 효율적 R&D 설계를 통해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현 부원장은 "정부가 잘 파악해서 문제 있는 것, 공정성, 효율성 등을 고려해 예산을 삭감했으리라 예측된다"면서도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 속담에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있듯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태 쌓아온 과학기술 생태계가 무너지면 복원이 힘들다. 생태계는 씨앗 뿌려야 열매 나온다"며 "새로 시작하는 과학자들에게 기회도 안 준다면 앞날이 캄캄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은 부회장은 "여성 연구 인력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가장 영향 많이 받는 건 비정규직 여성 과학 인력이라 생각된다"이라며 "연구비 삭감 등은 충분히 논의가 돼 이뤄져야 하고, 과학 연구 생태계가 파괴되면 사실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부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옥상 회장은 "기초연구는 지속적으로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 경제적 관점으로 선택과 집중을 말하면 기초연구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며 "촘촘히 40년에 걸쳐 연구를 많이 해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이렇게 흩뜨려 놓으면 득보다 실이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난 2년 동안 수고해서 많은 노력을 해서 만들었는데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확 수석부위원장은 정부 예산안 편성에 대해 "환자 안에 종양이 있어서 병원 가서 수술해서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장기에서 30%씩 자르는 느낌이다. 병을 낫게 하는 게 아니라 환자를 죽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동국 노조위원장은 "기획재정부를 개혁해달라. 기재부가 예산 틀어지고 하고싶은 대로 칼질 하는 거 솔직히 못 참겠다"며 "논리적으로 뭐가 잘못됐다고 하고 삭감하면 인정하겠다"고 했다.
신성식 교수는 "일단 젊은연구자를 보면 내년부터 지원되는 금액은 오히려 증액 되는 게 맞다"며 "새롭게 시작하는 연구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기존 연구자들에게는 타격이 있으니 잘 조율해주면 젊은 연구자들이 열심히 잘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성원 의원은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의도가 있어서 이런 편성안 가져왔지만 국회에서는 정부 시각과 달리 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그런 부분은 심의 과정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바로잡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삭감되는 게 3조5000억원 정도 되는데 단순하게 회복시킨다는 말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말 필요한 부분, 현재 필요한 부분,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부분에 대해 심의 과정에서 해결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식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과 정부가 R&D 예산 삭감을 두고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라는 질문에 "엇박자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부는 R&D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원상복구는 안된다는 기조냐'는 질문에 "예산을 원상 복귀한다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라고 답했다.
이어 "예산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거나 놓친 부분들이 있다면 보완할 것"이라며 "혁신적, 도전성, 젊은 과학자 부분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면 예산 배례를 통해 또는 보완을 통해 미래에 대한 투자는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수준의 예산 편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현 정부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이어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쟁점 사항이나 보완할 부분이 있고 여야가 합의가 된다면 반영할 수 있다"며 "최종적으로 쟁점사항이 있으면 여야 예결위 간사 또는 원내대표들이 만나 협의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회귀는 없다. R&D 비효율성 개선이라는 기본적 철학은 맞다"며 "미흡한 부분이나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한다는 것과 예산 증액을 통해 회귀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예산을 증액해서 회귀한다는 쪽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흡한 부분은 보완해서 (과학기술계에서) 억울함이 없도록 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긍심을 가지고 연구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할 것"이라며 "책임과 자유를 주되 실효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 의원은 거듭 정부의 방향이 맞다면서 과거 정부도 같은 고민을 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2018년 연구관리전문기관 효율화 방안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jung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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