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경계' 허물어야 발달장애 청년 고립 탈피"
자폐장애인 엄마로서 사회관계망 고민
마을·이웃과 교류 '플랫폼' 만들어
장애청년 취미·동아리활동등 지원
일자리 보단 소속감 갖는데 초점
지역사회와 틈 메우는데 전력할것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의 자립을 꿈꾼다. 건강하게 잘 자라 친구, 이웃, 직장 동료 등 사회 구성원들과 원만히 어울리기를,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남들처럼 평범하게 누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중증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꿈을 남들처럼 편하게 말하지 못한다.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때때로 보이는 크고 낯선 몸짓과 목소리 등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보호’라는 이름 아래 특수학교라는 좁은 사회에서 자라다 나이가 들어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그 얇은 사회적 관계망까지 끊긴 채 집 안에 틀어박히거나 시설로 고립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둘째 정찬의 엄마 최경화(사진) 사부작 대표의 오랜 고민도 비슷했다. 어떻게 하면 아들이 사회와 더 깊게 관계를 맺으며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그래도 괜찮았어요. 특히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와 지역이 맺는 관계성 덕분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아이가 나이 들어 졸업을 하고 나니 다시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어쩌나 막막했고 한편으로는 궁금했죠. 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요.”
마음속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지역사회에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발달장애청년허브 사회적협동조합 사부작의 뿌리가 됐다. 2017년 첫 모임을 시작해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사부작은 발달장애인과 지역사회 사이 벌어진 틈을 메우고 연결해 관계망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최 대표는 사부작을 “발달장애인들이 친구와 이웃, 마을과 관계 맺기 위해 들르는 일종의 플랫폼이자 누구에게나 열린 사랑방”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사부작 이전에도 아이가 설 자리를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에 커피 공방을 차리는 등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너무 애쓰다 보니 아이도, 저도, 함께하는 사람들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렇게 일을 관두고 또 소속감 없는 시간을 보내는데 누군가 ‘요즘 그 친구가 안 보이던데 어디 갔나요’라고 말을 걸었어요. 그때 생각했죠. 어차피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목적이라면 꼭 돈을 버는 노동을 할 게 아니라 즐거운 일을 하면서 접촉 포인트를 자꾸 늘려가면 되는 게 아닐까. 사부작사부작 여러 가지를 하면서 마을로 스며들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사부작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플랫폼은 경계도, 한계도 없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일례로 사부작은 장애 청년들이 취미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각종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미술 동아리 ‘모던양파’와 하와이안 훌라 모임 ‘선샤인아놀드훌라’는 벌써 몇 차례나 전시와 공연을 열었을 정도다. 발달장애인들의 언어가 반복적이고 리드미컬하다는 점에 착안해 그들의 말을 시와 노래로 만든 ‘사부작 뮤직’도 호평을 받았다.
2021년부터 마포구와 협업해 발달장애인을 환대하는 ‘옹호가게’도 선정하고 있다. 최 대표는 “누구나 그렇듯 발달장애인도 미용실을 가고 슈퍼마켓을 간다”며 “장애 청년을 이웃으로 이해하고 단골손님으로 환대하는 가게가 지역사회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옹호가게의 핵심은 가게 선정의 중심에 장애 당사자들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이 좋아하고 추천하는 가게가 더 사랑받고 더 오래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모든 활동의 핵심에는 ‘길동무 프로젝트’가 있다. 길동무는 발달장애 청년들과 사회의 간극을 연결해주는 이웃을 의미한다. 장애 청년들의 비장애 형제나 가족, 동창, 활동지원사, 마을 주민들이 길동무가 됐고 지역 단체와 옹호가게 등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최 대표는 길동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무경계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잖아요. 저는 길동무와 장애 청년 역시 한쪽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고 돌보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돌보는 관계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장애 청년들에게 길동무가 필요한 만큼 길동무 역시 새로운 관계를 통해 확장과 성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강요할 수는 없지만 불편함을 서로 견디자고, 그렇게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길동무가 돼주기를 바라봅니다.”
글·사진=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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