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자격 논란' 로펌 고문 제척땐 아시아나 화물매각 제동

이사회 파행 무슨일이
기업결합 자문 대형로펌 소속
이해 당사자, 부적격 주장 나와
윤창번 표 빼면 부결 가능성
아시아나항공 2일 이사회 재개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논의했던 아시아나항공 임시 이사회가 지난 30일 밤늦게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2시간 내에 이사회 결의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정작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이사회는 약 7시간30분 만인 오후 9시 30분께 가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정회로 마무리됐다. 안건에 대한 표결은 시도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과정에서 이사들 간에 언성이 높아지거나 격론이 오가는 순간도 수차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예상과 달리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진통을 거듭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갑작스럽게 이사회 전날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전무 문제와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사외이사)의 표결 참여 가능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다.

아시아나항공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이사회 과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원래대로라면 6명의 이사회가 모두 출석해 4명이 찬성해야 안건을 가결할 수 있지만 진 전무가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5명 중 3명의 찬성으로도 가결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7시간30분이라는 장기전을 치른 가장 큰 이유는 윤 고문의 갑작스러운 이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시작과 함께 윤 고문의 표결 참여 가능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커지자 윤 고문이 '불참석' 처리를 요구하며 퇴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윤 고문은 현재 해외에 있어 온라인 형태로 이번 이사회에 참여했다. 윤 고문이 속해 있는 김앤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지난 3년간 대한항공 측에 자문을 제공해왔다. 이를 두고 이사회 초반 윤 고문의 표에 대한 유효성을 두고 제3자의 객관적인 의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쟁에 불이 붙었다.

사측은 윤 고문을 사외이사로 임명한 지난 3월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사외이사 적격 여부를 충분히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사회 내부에서는 세종 역시 아시아나항공 측 자문을 맡고 있어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맞서고 있다. 실제 이번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김앤장을, 아시아나항공은 세종 등을 자문사로 두고 있다.

윤 고문의 갑작스러운 퇴장 선언에 이사회의 셈법은 또 한 번 바뀌었다. 의결정족수가 4명으로 줄어들어든 반면 찬성표는 여전히 3명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윤 고문은 의결 참여의무를 감안해 오후 늦게 이사회 재참석을 시도했으나 타 이사들이 재접속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고문을 제외하고 이날 표결을 끝내야 한다는 측과 이해상충에 문제가 없는데 윤 고문을 제외할 수 없다는 측이 마지막까지 기싸움을 벌이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이사회 의장의 권한으로 정회가 선언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부 이사들 간 이해충돌 이슈 등에 대해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안건 의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정회됐다"며 "11월 초 이사회를 다시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2일 속행될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법률사무소 고문으로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거래에 얼마나 관여했는지에 따라 해석이 바뀔 수 있다"면서도 "상식적인 차원에서 이해상충에 대한 지적이 당연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 고문은 2015년부터 김앤장에 재직해 이해상충에서 자유롭다고 하기 어렵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라는 이슈를 앞두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 참여한 배경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KDB산업은행은 윤 고문의 표가 '유효표'인지에 대해선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예상치 못한 파행에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입지가 한층 좁아지면서 속행하는 이사회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조윤희 기자 / 박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