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감'이 수명 늘린다···日 시니어 취미클럽 36만명 '북적'
<하> 시니어 취미·교육 시장이 뜬다
경제난·질병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이 우울증 부추겨
아침인사만 해도···오스탄스 '오하요 클럽' 3만명 가입
취미활동이 행복감 높여···평생교육도 건강과 직결 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우울증 환자의 35.69%는 60대 이상이다. 전체 인구 1000명당 우울증 환자 수는 18.1명이지만 60대는 20.7명, 70대는 31.9명, 80대 이상이 31.6명에 달한다. 고령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46.6명(2019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치다. 경제적 어려움과 질병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립도 고령자의 우울을 부추긴다. 남서울대학 간호학과의 김선희 교수팀이 조사한 65세 이상의 응답자 3049명 중 우울 증상이 있는 고령 독거인은 19.9%로 동거인이 있는 고령자(1.43%)보다 많았다. 노년기 우울증은 특히 치매 발병의 가능성을 높이는 등 신체 건강마저 해치기 십상이다.
10월 13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만난 기쿠카와 료토(사진) 오스탄스 대표가 시니어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든 이유도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없다”는 시니어들로부터 충격을 받아서다. 당장 자신의 은퇴한 부친도 텅 빈 캘린더에 허전해 하는 모습을 보고 “다음 주든 다음 달이든 무언가 예정돼 있다는 기대감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오스탄스의 ‘취미인클럽’ 서비스다. 다이어리 및 커뮤니티 기능을 갖춘 이 서비스에서는 현재 36만 명의 시니어가 3만 5000여개의 클럽에서 활동 중이며 월평균 조회수는 3000만 회에 이른다.
사진이나 맛집 탐방, 골프처럼 흔히 떠올릴 법한 취미 클럽도 많지만 단연 눈에 띄는 클럽은 ‘오하요 클럽’이다. 이 클럽의 활동은 매일 아침 일어나 게시판에 ‘오하요(일본의 아침 인사)'라고 적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이 클럽에만 3만 명이 가입해있다. 기쿠카와 대표는 “시니어들이 얼마나 연결감을 원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오스탄스는 취미인클럽 게시판 및 이용자 다이어리에 올라온 게시물에 더해 별도의 심층 대면 인터뷰로 시니어 빅데이터를 쌓고 있다. 이를 활용해 기업·지자체와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음료 및 주류 회사인 산토리와 공동 진행 중인 ‘굿 에이징 스쿨’이 대표적이다. 즐겁고 멋있게 나이 들고 싶어하는 시니어들을 겨냥해 온라인으로 페이스 요가, 보컬 트레이닝, 와인 강좌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월 이용자는 3만여 명이다. ‘시니어’의 느낌을 지운 경쾌한 사이트 디자인,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시니어들이 최대한 헷갈리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구성한 사용자환경(UI) 등이 특징이다. 오스탄스의 매출 대부분은 이러한 기업간거래(B2B),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G) 사업에서 나온다.
시니어의 취미 활동은 건강과도 직결된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이 전 세계 16개국 시니어(65세 이상) 9만 3263명을 추적 조사한 바에 따르면 취미 활동을 하는 이들은 우울 증상이 약 10% 낮았고 행복감과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취미 활동이 왕성한 시니어들이 많은 국가는 대체로 평균 수명도 길었다.
취미뿐만 아니라 ‘평생 교육’도 시니어들에게 삶의 목적과 활기를 안겨준다. 도쿄 도시마구의 릿쿄대학이 2008년 문을 연 ‘릿쿄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은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인생 2막을 설계하거나 배움의 즐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강의로 꾸려진 프로그램이다. 설립 이래 최고령 입학자는 86세였다. 매년 100명의 수강생만 모집하지만 설립 직후부터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매년 입학 문의가 쏟아진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각도로 검토하는 ‘마지막까지 자신답게’ 강좌, 위축되고 우울해지기 쉬운 시니어들에게 용기를 주고 공동체 감각을 키워주는 ‘아들러 심리학 강좌’, 음식과 의료·미용·건강 문제를 엮은 ‘음식과 건강의 과학’ 강좌가 특히 인기라는 게 와타나베 신이치 릿쿄대 명예 교수의 설명이다.
릿쿄대 학부생들과 섞여 강의를 듣는 ‘이세대공학(異世代共學)’도 릿쿄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의 모토다. 미즈카미 데쓰오 릿쿄대학 부총장 겸 릿쿄 세컨드스테이지 대학 부학장은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인식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며 "젊은 학생과 선배가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받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생기고 수업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강생들은 전 과정을 이수한 후에도 ‘인권과 빈곤을 생각하는 모임’, ‘21세기 액티브 시니어 사회 공생 연구회’ 등에 소속돼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가도록 권장받는다. 와타나베 명예교수는 “공부하는 시니어들을 지켜보는 자녀나 손주, 젊은 학생들은 ‘나이가 들어도 즐거운 배움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체득한다”며 “시니어가 캠퍼스를 거닐며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릿쿄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은 사회의 귀감”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도쿄=유주희 기자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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