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야당 의석 찾아가 일일이 악수 청해 … 협치 기대감 높여

박윤균 기자(gyun@mk.co.kr)위지혜(wee.jihae@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3. 10. 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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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장단과 첫 간담회도
金의장 '만남' 정례화 제안에
尹 "저녁을 모시겠다" 약속
野 일부 의원들 '노룩' 악수
김용민 "이제 그만두셔야죠"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31일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야권을 향해 전례 없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협치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로텐더홀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펼쳐지면서 대치 정국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다가오자 일어선 뒤 웃으며 악수에 응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시작하며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의 이름을 언급했는데 국민의힘보다 민주당 인사들을 먼저 언급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직접 부르며 인사를 건넨 것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 사전 환담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오셨어요?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했다.

여야 원내대표 및 국회 상임위원장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윤 대통령은 "정부의 국정 운영, 또는 국회의 의견 이런 것에 대해서 좀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가 "재정건전성과 관련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게 야당과 상당수 국민의 생각이다. 이 부분도 대통령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간담회 정례화를 제안했고, 윤 대통령은 "술 한잔하면서 대화하니 여야가 없더라"는 한 상임위원장 발언을 인용해 저녁을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오찬에서 홍 원내대표는 '의사소통 만사형통 운수대통'이라고 건배사를 했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라는 뜻을 담아 '소화제'라며 건배를 제의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태도에 대한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원내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손을 외면하는 야당 국회의원을 향해서도 끝까지 다가가 손을 붙잡고 예산안의 진정성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고 호평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 시정연설은 매우 실망스럽고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국회의 의견, 야당 상임위원장의 의견을 청취했다는 점에 충분히 감사드리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전달했다.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대통령께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윤 대통령이 국회 본관으로 입장할 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계단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노룩 악수'를 했다. 강성파 김용민 의원은 악수를 건넨 윤 대통령에게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쏘아붙였다. 국회 회의장에서 고성·피켓시위 등을 하지 않기로 여야가 '신사협정'을 맺은 지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박윤균 기자 / 위지혜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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