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챈들러’ 매슈 페리, 사인 추가 조사
미국 시트콤 ‘프렌즈’(Friends)의 ‘챈들러 빙’ 배역으로 사랑받은 배우 매슈 페리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그의 사인이 밝혀지기까지는 몇 주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CNN 등 미국 매체들이 30일 보도했다.
그가 자택 내 자쿠지(거품이 나오는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익사로 추정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은 상태다.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검시관실은 전날 페리의 사인과 관련된 기록을 ‘연기’로 기재하면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시관 사무실 관계자는 시신의 부검이 이뤄졌지만, 체내 독성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이런 보고서는 완료하는 데 통상 몇 주가 걸린다.
LA경찰국(LAPD)은 페리의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이지만,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CNN과 LA타임스 등에 밝혔다. LA 소방국 대변인 브라이언 험프리는 그가 사망한 당일로 추정되는 28일 오후 4시 7분에 911에 수난 구조(water rescue) 요청 전화가 걸려 왔다고 CNN에 말했다.
LA타임스는 당국자들이 28일 오후 4시쯤 페리의 자택에서 그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신고자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페리는 온수 욕조에서 발견됐다.
그의 집에서 불법 약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의사의 처방 약이 발견돼 당국이 일반적인 검토 절차를 밟고 있다고 LA타임스 소식통은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간된 페리의 회고록 ‘친구들, 연인들, 그리고 큰 끔찍한 일’(Friends, Lovers, and the Big Terrible Thing: A Memoir)에는 페리가 수십년간 약물과 싸우며 재활을 위해 노력해온 과정이 진솔하게 기록돼 있다.
2019년 약물 복용에 따른 결장 파열로 2주간 혼수상태에 빠진 일과 10여 차례의 위장 수술을 견뎌야 했던 일 등이 담겨 있다.
그는 이 책에 “나는 (극중)모니카와 결혼했고, ‘프렌즈’에서 내 커리어의 최고점에 도달한 때이자 상징적인 순간에 픽업트럭에 실려 치료 센터로 돌아갔다”고 썼다. 또 2020년에는 마약성 진통제 하이드로콘이 그의 혈류에 있는 상태에서 응급 의료진이 그의 갈비뼈 8개를 부러뜨리며 심폐소생술을 벌여 목숨을 구했다고 기록했다.
매슈 페리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15번의 재활 치료를 받는 데 700만달러(약 94억5천만원)가 넘는 돈을 썼다고 추산했다.
페리는 책 출간 후 인터뷰에서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나는 매일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이 자리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과 비슷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면서 “내가 가진 가장 좋은 점은 누군가 내게 와서 ‘술을 끊을 수 없는데 당신이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하고 후속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페리는 미국에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방영된 ‘프렌즈’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프렌즈’는 이후 세계 각지로 수출됐고, 몇 년 전부터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공개되면서 젊은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여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이 있다.
매슈 페리는 회고록에서 약물 중독과 싸우던 시기에도 “‘프렌즈’는 내게 ”안전한 장소“였다면서 ”매일 아침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야 할 이유를 줬다“고 했다.
페리가 1주일 전 올린 마지막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28만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내용들이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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