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 완화 하세월" 강남 리모델링 바람

서찬동 선임기자(bozzang@mk.co.kr) 2023. 10. 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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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안된 중층 단지 잰걸음
기부채납·임대 의무 없지만
사업성 분석 꼼꼼히 따져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아파트에 리모델링을 응원하는 시공사의 응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찬동 선임기자

"지금 리모델링을 시작하지 않으면 다른 단지보다 사업이 늦어집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A리모델링추진위원회는 조합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추진위는 "인근 대치동 현대1차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를 받았다"며 "자산 가치를 높이려면 지금 리모델링을 시작해야 한다"고 동의서 제출을 독려했다.

압구정 현대, 대치 은마 등 노후 대단지 재건축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 서울 강남권 단지들의 리모델링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들 단지는 1990년대에 준공돼 아직 재건축 연한이 안 됐고, 용적률도 300%를 웃돌아 재건축 사업성은 비교적 떨어진다. 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재건축에 적용되는 이중 삼중의 부담이 없어 강남권에서 추진 단지는 더 늘어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에서 준공된 지 24년 된 청담공원아파트(391가구)가 최근 리모델링 동의서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현수막을 걸고 리모델링을 응원하고 있다.

이 단지 관계자는 "동의율은 아직 높지 않지만 리모델링에 대한 주민 관심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서울 삼성동 강남구청 옆 대로변에 있는 서광아파트(304가구)는 오는 4일 리모델링 조합 창립총회를 연다. 준공된 지 25년 된 304가구 규모의 작은 단지로 용적률이 366%에 달해 재건축은 어려운 수준이다.

앞서 지난 4월 현대1차(120가구)는 강남구청에서 수직증축에 대한 사업 승인을 받았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기존보다 3개 층 높은 18층으로 지어 단지 규모가 18가구 늘어나게 된다. 지하주차장도 기존 1개 층에서 3개층으로 확대된다.

서울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1758가구)의 경우 15층 높이를 3개 층 높이는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수직증축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조합원 간 갈등이 불거졌다. 서울 송파구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10여 곳으로 강남권에서 가장 활발한 편이다. 가장 규모가 큰 단지는 2064가구의 가락쌍용1차로 기존보다 309가구 늘어난 수직·수평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재 1차 안전성 검토는 통과했다.

이처럼 강남권에 리모델링이 활발한 것은 재건축 연한까지 기다려도 사업성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조합원들이 보기 때문이다. 우선 리모델링은 준공 후 최소 30년이 지나야 가능한 재건축과 달리 15년만 지나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재건축은 조합 설립부터 준공까지 대개 10년 이상 걸리지만 리모델링은 6년 안팎이다.

특히 용적률이 300%가 넘는 소규모 단지들은 재건축을 통해 늘어나는 가구 수가 제한적이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기 때문에 조합원 분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이젠 조합원들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언제 통과될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며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의무 비율, 조합원 물량 매매 제한 등 이중 삼중의 규제가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다만 준공 연한이 20년 정도 돼 골조가 여전히 튼튼한 단지들은 안전진단에서 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주민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 세대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한 정비 업계 관계자는 "60대 이상 고령층 조합원이 많으면 동의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찬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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