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음성파일 공개 "검찰 일 해주고, 조우형 돈 받았다"

봉지욱 2023. 10. 3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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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김만배 육성 담긴 음성파일 공개 "조우형 관련 검찰(대검 중수부) 일 해주고 1,500만원 받았다"

② 대장동 검찰 수사 때도 언급한 김만배 "조우형에게 박영수 소개해주고 돈 받았다"

③ "형이 (검찰 수사) 틀어막아 놓은 거야"...실제로 2년 4개월 동안 진행된 서울중앙지검 수사

④ 대검 중수부(2011) → 수원지검 성남지청(2012) → 서울중앙지검(2012~2014) → 수원지검(2014~2015)...김만배의 지속적 '검찰 로비' 정황

뉴스타파는 김만배 기자가 '검찰 수사 무마' 사실을 직접 언급한 두 개의 음성파일을 확보했다. 이 파일은 2013년 3월에 정영학 회계사가 김만배와 통화하며 녹음한 것이다. 녹음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남욱과 조우형 등을 수사하고 있었다.  

녹음파일에서 김만배는 "중지돼 있는 상태야, 검찰", "터지면 대장동 사업 못해", "그 당시에 다 깔끔히 막았잖아"라면서 자신이 검찰을 상대로 로비를 펼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조우형과 관련된 얘기도 나온다. 김만배는 조우형이 2011년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을 때,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주고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검찰의 대장동 수사기록에서도 교차로 확인된다.

김만배 음성파일 내용을 종합하면, 김만배 기자는 2011년부터 대장동 일당의 검찰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기도 했다. 또 결과적으로 김만배의 '검찰 로비'는 성공적이었다. 남욱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로비스트에 불과했던 김만배가 대장동 사업의 최대 지분(49%)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로 그의 '고위 법조인 인맥'을 꼽았다.

김만배 "우형이 일할 때 뭐 형한테 조금 주고...하여튼 형이 거의 헐값에 해줬어"

조우형은 2010년에 경기도 고양시 풍동2지구 개발을 위해 '벨리타하우스'라는 시행사를 차렸다. 부산저축은행은 벨리타하우스에 400억 원 가량을 대출해줬다. 부산저축은행 관련 판결문을 보면, 벨리타하우스는 부산저축은행이 대다수 지분을 가진 차명 SPC(특수목적회사)다. 

예금보험공사는 2012년 2월, 남욱과 조우형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부산저축은행이 벨리타하우스에 준 대출금 중 80억 원을 다른 사업장에 보낸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PF 대출금은 대출 목적으로만 써야 하는데, 조우형은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의 지시를 받고 대출금 80억 원을 다른 두 곳의 사업장으로 보냈다.

조우형은 차명 SPC를 운영하면서, 시행사 대표를 직원 강모씨에게 맡겼다.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회사를 또다른 차명으로 운영한 것이다. 예보의 고발 당시 벨리타하우스의 대표는 남욱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조우형과 남욱, 바지사장 강모씨를 조사했다.

그런데 이 수사가 한창이던 2013년 3월, 김만배는 정영학과 통화하면서 여러 검찰 사건을 언급한다. 그 과정에서 조우형의 '일'을 도와주고 돈을 받았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조우형의 '일'이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조우형을 불러 조사한 것을 뜻한다. 그때 김만배는 조우형에게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다. 김만배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도 조우형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성남 일이든 서울 일이든 한번도 돈을 받아본 적이 없어...그리고 검찰 일에 돈 한번 받아본 적이 없어. 우형이 일할 때 뭐 형한테 조금 주고. 왜냐면 형이 변호사비를 깎아줬으니까. 아니 하여튼간 형이 거의 헐값에 해줬어. 우형이하고 지 일 할 때. 우형이 돈 가져온 거에서 두 놈이 또 나눠 썼겠지. 형은 그게 1,500만 원 받았나 1,000만 원 받았나. 그리고 검찰 일에 돈 받아본 적이 없어".
- 김만배 육성 발언(정영학 녹취록 2013.3.5 녹음)

▲김만배 피의자신문조서(2022.10.4)

"형이 (검찰 수사) 틀어막아 놓은 거야"...실제로 2년 4개월간 진행된 검찰 수사 

음성파일 속 김만배는 또 "이게 나가면 (남)욱이는 나오지 못해. 그거를 예전에 형하고 호식이 형이 틀어막아 놓은 거야. 홀딩"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중앙지검의 수사를 중지시켰다는 의미다. 이를 들은 정영학은 "터지면 안 되지 않습니까. 사실은"이라면서 걱정을 한다. 이에 김만배는 "그렇지. 터지면 이 대장동 사업 못 해"라고 답한다. 

그런데 이날 김만배의 '홀딩(수사 중지)' 발언도 실현된 정황이 포착된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예금보험공사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시점은 2012년 2월, 이 사건이 종결된 시점은 2014년 6월이다. 무려 2년 4개월간 수사가 이어진 것이다. 그사이 담당 검사가 바뀌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 수사에 대한 김만배의 로비도 성공했던 걸로 보인다. 중앙지검은 2014년 6월, 벨리타하우스 대출금 80억 배임 혐의에 대해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만 재판에 넘겼다. 남욱과 강모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조우형은 참고인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조우형이 수사관에게 "강씨는 바지 사장이고, 내가 벨리타하우스의 실제 대표"라고 자백하기까지 했지만, 그는 끝내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았다.

김만배 기자는 배성준(천화동인 7호) 기자와 함께 대장동 일당의 여러 사건을 나눴다고도 말한다. "풍동 꺼에 남욱이 문제는 성준이가 맡고 있고. 우형이 문제는 형이 박영수 고검장님네 양재식 변호사보고 하라고 했고. 응?"이라면서 여러 사건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만배의 말처럼, 당시 조우형을 변호한 건 박영수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였다. 

▲정영학 녹취록(2013.3.7 녹음)

2011년부터 시작된 김만배의 '검찰 일'...2015년까지 계속 이어졌다 

김만배는 "그렇지. 근데 그 당시에 그걸 다 깔끔히 막았잖아"라면서 앞서 다른 사건도 자신이 무마했음을 정영학에게 상기시켰다. 이들의 대화를 보면 검찰이나 경찰에 대한 '수사 무마' 로비는 일상적이고 지속적이었다. 

뉴스타파가 정영학 녹취록과 대장동 검찰 수사기록 등을 통해 파악한 대장동 일당 관련 사건은 대검 중수부(2011) → 수원지검 성남지청(2012) → 서울중앙지검(2012~2014) → 수원지검(2014~2015)으로 계속 이어졌다. 김만배는 자신이 직접 혹은 고위 법조인을 통해 검찰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말하고 있다. 음성파일 속 김만배는 이를 '검찰 일'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김만배와 조우형은 일련의 '수사 무마'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뉴스타파가 확보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에는 무려 4년 동안 지속된 '검찰 로비'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모든 걸 김만배의 '허풍'이라고 보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남욱은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의 '힘'을 자신이 직접 목격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남욱은 또 지난해 12월 조사에서는 "조우형이 2011년도에 (대검 중수부) 수사를 받으면서 만배 형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고 진술했다.

현재 검찰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조우형은 뇌물 사건의 단순 참고인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때만 해도 아무런 범죄 혐의점이 없었고, 애초에 수사 대상이 아니었단 주장이다. 그러나 김만배가 조우형의 '검찰 일'을 도와주고 돈을 받은 사실, 정영학과 남욱이 김만배의 '힘'을 실제로 경험했다는 진술 등은 언론에 밝히지 않고 있다.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2.12.6)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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