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칼럼] 은행이 이자장사 비난 피하는 법

김명수 기자(mskim@mk.co.kr) 2023. 10. 3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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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계열 주인 찾아주면
이자수익만 좇는 대신
수수료 혁신사업 가능하고
금융수출에도 도전할 것

이탈리아는 14세기 메디치 가문이 은행업을 탄생시킨 나라다. 은행업 발상지인 나라에서 최근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려고 했다. 고금리 여파로 은행들이 돈을 너무 많이 벌었다며. 그러나 은행 주가가 급락하고 유럽중앙은행이 반대하자 부과 방침을 접어야 했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부과하자는 법안들이 우리 국회에도 상정돼 있다. 도입되면 이탈리아 사례처럼 시장이 먼저 거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금리가 지속되는 한 은행권 이자 장사 논란과 은행 임직원들의 과다 성과급 비난은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문제가 어려울수록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맞는 해법을 찾는 게 이치다.

은행들의 수익 원천인 이자수익 비중을 줄여야 한다면 그 방식 중 하나는 은행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본다. 국내 4대 금융그룹의 경우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주주 중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60~70%에 달한다. 우리금융만 30%대다.

은행주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이자수익을 늘려 안정적 배당만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더욱이 외국 투자자들은 국내 은행들의 외국 진출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왜? 그들은 투자한 다른 나라 은행과 우리 은행이 서로 경쟁하는 걸 꺼린다. 국내 은행권 진출 지역은 외국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위험한 신흥시장뿐이다. 선진시장은 우리 경쟁력이 부족하고 이미 레드오션이란 점에서 진출하기 어렵다. 결국 한국 대부분 은행은 국내에서 안정적인 이자수익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듣기에 딱 좋은 구조다.

주주 60% 이상이 국내 투자자인 우리금융이 존재한다는 점은 다행이다. 다른 금융그룹의 단점을 극복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특히 IMM PE, 한국투자증권, 유진PE, 키움증권 등 국내 금융사들이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3~5%대씩 지분을 나눠 가진 과점 체제다.

이들 주주 중 금융전문회사가 10% 이상 지분을 가진 절대주주가 된다면 경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다. 그 회사가 만약 증권업을 영위하고 있다면 우리금융과는 '찰떡궁합'이다. 우리금융은 증권사가 없어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낫다. 은행이 잘나가던 증권사를 인수하면 그 증권사를 쪼그라뜨린 게 우리 역사다.

1대 주주가 우리금융을 속속들이 잘 아는 기존 과점 주주 중 한 회사라면 금상첨화다. 디지털 금융에도 익숙하다면 우리금융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금융은 증권업에서 쌓은 경험과 기법을 활용해 수수료 사업이나 다른 서비스를 키울 수 있다. 물론 국내 금융 풍토에서 수수료 유료화는 어렵다. 그러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도입한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이익 중 수수료 비중을 늘린다면 굳이 이자수익에 혈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처럼 해외에서 돈을 벌어온다면 금융도 수출산업으로 존경받는 업종이 될 수 있다. 미래에셋을 보라. 증권업 위주로 해외 금융영토를 넓히고 있지 않는가.

그럼 우리금융을 인수할 자금 능력이 있는 1대 주주가 존재하는가? 자금이 부족하다면 재무적투자자를 구하면 된다. 그럼 새 대주주는 경영 능력이 있는가? 경영 비전과 전략을 실행할 경영자를 앉히면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우리은행의 대규모 외국 투자 손실 사태가 나는 건 아닌가? 그땐 정부가 주인이었다.

1대 주주를 희망하는지를 몇몇 금융 전업 회사들에 물어봤다. "은행업 진출은 좋다. 그러나 은행 규제가 다른 금융업보다 너무 심해서…"라는 같은 말만 돌아왔다. 규제 때문에 주저한다는 답이다. 해법은 이제 금융당국 몫이다.

[김명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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