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우즈베크 가영씨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하루 온종일, 때론 자다 깬 새벽에도 지구 반대편 뉴스를 읽는다. 밤사이 수백 명이 죽고, 땅굴을 통해 어딘가로 끌려가고, 또다시 폭격으로 수십~수백 명이 죽었다는 기사를 매일같이 본다. 누군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방공호로 대피했다 복귀하길 반복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마실 물조차 없어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딘다고 신문에 쓴다.
이스라엘에서 며칠 전 귀국한 취재원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36만명의 이스라엘 군인들이 이집트 국경에 집결했다'는 문장을 무심히 넘겼는데, 그중 한 명의 아내가 올린 걱정스러운 글과 부부의 사진을 보니 문득 아득해졌다. 이게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사실과 내 가족만큼 소중한 누군가의 가족, 누군가의 생명이 위태로운 일이라는 자각에 뒤늦게 '현타'가 왔다.
"자식들을 전장으로 보낸 한 이스라엘 어머니가 이렇게 탄식하더라고요. 절대로 그만둘 수 없는 이 싸움, 그러나 이 많은 죄를 다 어찌할 것인가, 라고요."
헤어지는 길, 취재원이 해준 마지막 말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가영 씨, 아니 김가영 작가님을 '책으로' 만나러 갔다. 마침 얼마 전 사둔 그녀의 책이 도착해 있었다. 올해 서른세 살의 가영 씨는 재외동포문학상을 두 차례 수상한 중증장애 여성 작가다. 세 살 때 희귀병 진단을 받고 30년째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고통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저 먼 우즈베키스탄에서,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전신마비인 김 작가가 두 손가락만을 움직여 10년 이상 써온 글들이 거기 있었다. 첫 번째 율전동 이야기에서 큭큭 대다 조금 울다, 두 번째 요쉴릭 이야기에서 위로받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서점 베스트셀러에 에세이가 많은 이유가 있었구나 싶다. 뉴스와 SNS로 온갖 자극적인 이야기를 접하다가, 이렇게 진솔한 이야기를 읽으니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방구석에서 가만히 밑줄 긋는 문장을 만나는 그 짧은 시간이, 참 귀하게 느껴졌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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