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눈 지켜라" 안구건조증 신약 출사표
2030년에 7.5조 규모 시장
한올바이오 미국 3상 추진
HLB 신약 RGN-259로 4수
휴온스 3종류 동시 도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에 재수, 삼수까지 불사하며 사활을 걸고 있다. 다요인성 질환의 특성상 신약 개발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량 증가와 미세먼지 등으로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없다는 점도 안구건조증 신약 개발을 포기할 수 없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후보물질 'HL036'에 대해 내년 초 미국에서 임상 3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만 세 번째 3상 도전이다. HL036은 지난 5월 두 번째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실패'했다. 하지만 이후 허가에 한 번 더 도전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임상 디자인을 재정비 중이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HL036의 임상 디자인 관련 협의를 진행해 내년에는 다시 임상 3상을 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2차 평가지표의 하나인 '시르머검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르머검사는 안구건조증 환자들의 눈물 분비량을 측정하는 검사다. FDA에 따르면 안구건조증 임상에서는 통상 주관적 증상(symptom)과 객관적 징후(sign) 등 두 가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시르머검사에서 10㎜ 이상의 개선을 보인 환자 반응률의 차이가 통계적 유의성을 나타낼 경우 주관적 증상에 대한 임상 결과 없이 효능 입증이 가능하다.
회사는 앞선 3상을 통해 시르머검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한 만큼 향후 시르머검사를 주요 평가변수로 설정해 향후 임상을 추진할 방침이다. HL036은 중국에서도 두 번째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HLB테라퓨틱스도 안구건조증 신약 RGN-259의 네 번째 임상 3상에 도전하고 있다. 2015년 이후 미국 자회사 리젠트리를 통해 이미 세 차례의 미국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변경하며 연구를 이어왔으나 효능 입증에 실패한 바 있다.
안구건조증은 안구 표면 손상이나 염증 등으로 인해 눈물막이 과도하게 부족한 경우에 생기는 질환이다. 주된 증상으로는 눈이 시리거나 뻑뻑하고, 이물감이 느껴진다. 발병 원인이 다양한 탓에 지표 설정이 어렵고 효능 입증도 까다로워 신약 개발 성공 사례가 유독 적은 질환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재도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안구건조증 시장은 2020년부터 매년 7% 성장해 2030년 약 7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인구의 15% 가까이가 안구건조증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FDA의 승인을 받은 품목도 노바티스의 자이드라, 애브비의 레스타시스 정도에 그친다. 기존 치료제 역시 증상 완화 효과에 그쳐 근본적인 치료제에 대한 필요성도 높다.
휴온스 역시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휴온스는 현재 총 세 개의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그중 개량신약인 HU007은 국내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이 물질은 2020년 허가를 신청했다 불발된 이후 재도전에 나서 현재는 2025년 품목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HUC1-394, HUC2-007 등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만 3종에 달한다. HUC1-394는 지난 6월 국내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한 상태다. 특히 휴온스는 각각 다른 기전의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해 급성장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임상 과정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약물의 경쟁력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사례도 있다. 유유제약은 최근 미국에서 진행한 안구건조증 신약 'YP-P10'의 임상 2상에서 1차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회사는 YP-P10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임상 디자인 변경 후 재진입하는 방안부터 개발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당 후보물질의 시장성 등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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