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 체포된 전청조, 남현희는 책임없나…“방조죄 처벌 가능성”
간접적으로라도 도움 줬을 경우
남씨도 형사 처벌 가능성 有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와 결혼을 약속했던 전청조(27)씨의 사기 행각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남씨 역시 공범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남씨가 그간 전씨로부터 선물 받은 고가의 외제 차와 명품 가방 등의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해 왔을 뿐더러 전씨에게 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입었다는 이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줬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전씨는 남씨가 자신의 재벌 3세 사칭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지난 30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지난 2월 남씨가 자신이 재벌 3세로 사칭한 사실을 알아챘고, 그때 모든 걸 다 털어놨다”고 밝혔다. 남씨는 사기 행각과 관련해 자신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선 남씨가 ①사칭·사기를 대략 인지했고 ②범행에 간접적으로라도 도움이 될 만한 행위를 했다면 방조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 체포영장 나온 전청조… “남현희도 살펴볼 것”
전씨는 현재 경찰에 체포된 상태다. 그는 자신을 재벌 3세로 소개하며 지인과 ‘온라인 부업 세미나’ 수강생들에게 접근해 돈을 편취했다는 사기 의혹을 받는다. 중국 사업 등 실체가 없는 여러 사업을 빌미로 거액을 편취했다는 의혹, 타인에게 대출을 받도록 유도했다는 의혹 등도 받아 수사기관은 이를 종합적으로 수사하기로 했다.
전씨의 범행 및 피해 규모가 큰 만큼 남씨의 가담 여부도 세간의 관심을 받는 상황이다. 남씨가 전씨가 범죄수익으로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가의 선물들을 개인 SNS에 줄곧 게시해 왔고, 사기 피해자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언론사 인터뷰에서 전씨를 ‘예비 신랑’으로 소개한 남씨가 실제로는 전씨가 여성임을 알았다는 점도 밝혀지면서 ‘공범론’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기관도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지난 30일 정례 간담회에서 “전씨 관련 사건을 국가수사본부 차원에서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남씨의 공범 여부도 “종합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씨를 사기미수 혐의로 고발한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도 “남씨가 전씨로부터 명품 가방 등을 선물 받고 깊은 관계였다”며 공모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서울경찰청에 냈다.
◇ “사기 인지하고 간접 도움 줬다면 방조죄 성립”
형법 전문가들은 남씨가 전씨의 범행을 대략적으로나마 인지하고, 이를 도우려는 간접 행위라도 했을 경우 방조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남씨가 전씨의 재벌 3세 사칭 행위와 사기 목적을 대략 알고 있는 상태에서 투자자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 결심에 이를 수 있는 간접적인 도움을 줬다면 방조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방재웅 법률사무소 로율 대표변호사는 “형법상 방조행위는 유형적 방조뿐만 아니라 범행 결의를 강화하도록 하는 무형적, 정신적 방조행위도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남씨가 전씨의 사기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 또는 예견한 상태에서 범죄 장소나 범행 도구 등을 제공하거나 범죄와 관련한 조언·격려 등의 정신적 방조 행위를 한 경우 방조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했다.
만일 전씨의 사기 행각에 남씨의 사회적 지위나 역할이 필수적이었고, 남씨 역시 이를 알고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했다면 사기 공동정범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방 변호사는 “전씨의 범행이 남씨와 공동으로 계획 또는 실행된 범행이었고, 이 과정에서 남씨의 사회적 지위나 유명세 등이 활용되고 남씨 역시 사기 범행에 역할 분담을 했다면 남씨가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기망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기죄 공동정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절도 범죄에서 한 명이 망을 보고, 한 명이 물건을 훔치더라도 이 둘을 절도 공동정범으로 인정하듯이, 범죄 실행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더라도 공모가 인정될 경우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남현희 “사기 행각과는 전혀 무관하다”
남씨는 이와 관련해 자신도 전씨에게 속아 피해를 봤다며 사기 행각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남씨는 전날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씨를 ‘악마’라고 지칭하며 “가족들이 큰 피해를 봤다. 저도 이른 시일 내에 (전씨를) 고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씨는 “엄마와 동생, 친척들, 아카데미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 명의로 뭔가를 했던 정황을 확인했다”면서 “전씨가 가족들에게 저에게는 얘기하지 말라고 해 몰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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