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외길 40년 … 역사기념관도 세웠다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2023. 10. 31. 17: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태옥 시호비전그룹 회장
80년대 주먹구구식 안경 판매
안경사 제도 도입해 선진화
공로 인정받아 국민훈장 받아
사재로 여주 안경역사관 개관
무료검안·안경 나눔 등 실천
"시력 불편없는 세상 만들고파"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고 하잖아요. 국민의 소중한 시력과 눈 건강을 책임지는 안경사 역사를 담아낼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한국은 '안경을 빨리 맞출 수 있는 나라'로 유명하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먼저 검안사에게 시력 검사를 받은 뒤, 처방전을 들고 안경원에 가야 안경을 주문할 수 있다. 소비자가 안경을 받아보는 데 2~3주가 걸린다. 국내에서는 보통 안경원을 방문한 고객이 20분 이내에 새로 맞춘 안경을 착용한 채 나올 수 있다. 외국인들이 안경을 맞추러 한국에 오기도 한다. 검안과 안경 조제·판매를 모두 책임지는 '안경사' 덕에 가능한 일이다.

김태옥 시호비전그룹 회장(79)은 '안경사의 아버지'로 불린다. 40년 가까이 안경업에 몸담으며 안경사 제도를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31일 경기도 여주시에 개관한 안경사 역사기념관도 그의 작품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 견줘도 아쉬울 것 없는 게 한국 안경산업"이라며 "국내 안경산업을 이끌어온 안경사의 역사를 알릴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하는 김 회장을 매일경제가 인터뷰했다.

김 회장은 "안경업계에 뛰어들었던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안경 판매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고 회상했다. 관련 제도가 정립되지 않아 누구나 안경을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피해는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사용해야 하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이들만 안경을 제작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 믿음이다. 지식과 패션 감각, 손재주까지 요구되는 정교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안경을 만들기 위해선 눈 구조와 건강에 대한 지식은 물론 착용자 나이와 직업 등을 고려해 어울리는 안경테를 골라줄 수 있는 감각도 갖춰야 한다"며 "사람마다 다른 얼굴형에 맞춰 안경을 조제·가공할 수 있는 능력 역시 필수"라고 덧붙였다.

1989년 대한안경사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안경 전문가를 육성하는 안경사 제도 도입에 앞장섰다. 안경 업계 여론을 취합하고 국회의원들을 설득한 끝에 안경사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안경법'이 같은 해 국회를 통과했다.

안경사 제도가 도입된 후로는 대학에서 안경광학과를 졸업하고 국가고시에 합격해야만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선 안경사 약 5만명이 활동한다. 김 회장은 "국민 눈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진심이 없었으면 국회의원들을 설득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 해외에서도 한국 안경사 제도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력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김 회장은 안경사협회장으로 선출된 뒤 '안경 나눔'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저소득층 어린이와 노인, 북한 이탈 주민 등을 대상으로 무료 시력 검진과 맞춤 안경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프리카, 몽골 등에도 안경테를 기부하고 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엔 국민추천포상자로 '국민훈장'을 받았다.

31일 개관한 안경사 역사기념관은 김 회장이 개인 재산으로 조성한 공간이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안경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안경사 제도의 중요성과 함께 우리나라 안경 업계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재영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