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가격 떨어지자...“비트코인 채굴하자”

한때 고공 행진하던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낮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미국에서 천연가스를 활용해 비트코인 채굴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WSJ는 이같은 내용을 전하며 사람들이 천연가스를 활용해 채굴에 나선 이유를 분석했다. 채굴을 하고 있는 크리스 알파노(29)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텍사스 포트워스 교외의 천연가스정을 사서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다”며 “다른 천연가스 생산업자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일러스트. /연합뉴스

그는 천연가스 28.31㎥를 그대로 시장에 공급할 경우 1.5달러(약 2020원) 이하를 받지만, 천연가스를 동력원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나설 경우 10달러(약 1만3473원) 이상을 벌 수 있다고 교육생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천연가스를 채굴 동력원으로 쓰기 위해서는 최소 100만 달러(약 13억5000만원) 투자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온화했던 지난해 겨울 기온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이러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천연가스 생산업자들이 비트코인 채굴까지 고려하게 된 것은 이들의 절박함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생산업자들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기존 사업을 계속하되, 천연가스 가격이 내려가면 이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다. 알파노의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약 8000만원) 인근이었던 2021년 10월 투자금 600만 달러(약 80억원)를 바탕으로 컴퓨터 수백 대를 구입하고 발전기 7대를 구입하는 등 시스템을 갖췄고, 지난해 2월 채굴에 나섰다.

하지만 그해 6월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약 2700만원)로 떨어지자 비트코인 채굴 대신 천연가스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 상승 덕분에 사업을 유지했고, 천연가스 가격 하락과 비트코인 가격 반등 흐름 속에 올해 3월 비트코인 채굴을 재개했다.

WSJ는 “베테랑 생산업자들이 알파노의 사업 모델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지만, 이를 일축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1980년대부터 천연가스를 생산해 온 한 80대 업자는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표하면서도 “일부 천연가스정을 채굴에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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