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의전원 70% 연구현장 남을 것...의사만 하겠다는 30% 두려워 말아야 ”

이병철 기자 2023. 10. 3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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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 토론회 열어
의대 정원 확대에 과기의전원 설립도 탄력
KAIST, 50명 정원에 8년 교육 과정 계획도 설명
볼프람 고슬링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맨 왼쪽)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개원의가 나올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대전=이병철 기자

정부가 18년 만에 의대 정원 확대에 나서면서 과기의전원 설립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고,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과기의전원을 통한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과기의전원 설립에 머뭇거리던 과기원들도 속속 과기의전원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과기의전원 설립에 박차를 가했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31일 KAIST는 대전 본원 의과학연구센터에서 ‘바이오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 토론회’를 열고 보다 구체적인 KAIST 의전원 설립 구상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이미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볼프람 고슬링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와 김성국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가 참석해 그간의 경험을 전했다.

과기의전원 설립에 앞장서고 있는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KAIST 의전원의 정원을 50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학생을 받아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면 좋겠지만 현재 교육여건을 고려했을 때 50명이 적절한 수준”이라며 “공대와 협력해 500명 규모의 교수를 충원해 다양한 분야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협력해 만든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인 ‘HST(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의 책임자를 맡고 있는 고슬링 교수도 “의사과학자 양성은 규모보다는 얼마나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HST에서도 매년 50명 규모의 학생을 받아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의전원 설립 의사를 밝힌 UNIST도 40명 규모의 의전원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이달 24일 공개했다. 다만 구체적인 교육 계획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기초·임상 교원과 교육 시설 확보를 위해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협력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GIST도 아직 추진 계획안을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KAIST는 이미 8년 짜리 교육 과정 초안도 마련한 상태다. 의무 석사와 공학 박사를 수여받는 8년 간의 교육 과정이다. 김 교수는 “석사 과정에서는 수업의 70%를 의학, 나머지 30%를 세부 전공 교육으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박사 과정에서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물리 등 크게 3가지 과정으로 나눈다는 구상”이라고 소개했다.

췌장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의사과학자인 김성국 교수는 “스탠퍼드가 운영하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MSTP(Medical Science Training Program)’에서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의사과학자 양성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국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31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에서 "스탠퍼드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졸업자도 70%만 연구를 이어간다"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뛰어난 의사과학자를 배출할 수 있느냐"라고 강조했다./대전=이병철 기자

이미 의사과학자 양성에 나서고 있는 김성국 교수와 고슬링 교수는 과기의전원을 나온 뒤에 임상의사가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사례가 무서워서 과기의전원 추진을 멈추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일부 이탈이 있더라도 유능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김성국 교수는 “스탠퍼드대에서도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졸업한 사람 중 70%만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임상 의사가 된 30%가 아니라 바이오산업에 진출한 70%가 어떤 두각을 나타내는지”라고 강조했다.

고슬링 교수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지원자들의 목표가 오직 돈이라면 HST도 이렇게 지속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이 지금까지 공학 분야에서는 너무 잘 해 왔으나 의학 분야에서 작은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 시도도 못하는 것은 최악의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일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한 의사의 50%가 개원을 했지만, 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생은 단 10%만 개원했다”며 “경제적 보상보다는 혁신을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을 선발해 교육하고, 이를 위해 학생 선발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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