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검도의 세계 만끽하길"…‘만분의 일초’ 주종혁x문진승, 김성환 감독이 찾은 원석들 [종합]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큰 스크린과 스피커로 만나는 검도의 세계, ‘만분의 일초’가 베일을 벗었다.
3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만분의 일초’(감독 김성환) 언론시사회에서는 김성환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 주종혁 문진승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만분의 일초’는 0%의 확률을 깨뜨릴 0.0001%, 그 찰나를 향해 검을 겨누는 치열한 기록을 그린 작품이다.
이날 김성환 감독은 검도라는 소재를 차용한 이유에 대해 “대학교 때 첫 워크숍 과제가 대사로 풀지 않고 영화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사 없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비주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하다가 검도를 생각하게 됐다. 검도 자체의 비주얼과 사운드들을 보자마자 이야기로 담고 싶었다. 그때 당시에는 바로 영화를 찍지 못했다. 검도를 늘 찍고 싶었는데 거기에 담을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장편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성환 감독은 검도 취재 과정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자마자 눈에 들어왔던 게 용인대였다. 처음에는 단순 취재식으로 들어갔다가 용인대 분들이 제 영화에 공감을 잘해주시더라. 검도는 늘 서브로 나오다가 본격적으로 나오는데, 그 본격적인 이야기가 검도다워서 다행이라고 하더라. 용인대 교수님과 대학 선수님들이 너무 잘 도와줬다”고 했다.
김성환 감독은 “저는 되도록이면 이 영화가 뭔가 체험되는 형태가 되길 바라면서 준비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성환 감독은 “우리가 보통 성장 서사라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제가 마지막 순간에 생각했던 건 성장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갈 재우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 번쯤 놓아본 한순간의 경험을 잠시라도 겪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가능성을 발견한 짧은 순간에 재우가 스스로 노력을 했고, 심지어 가장 감정적으로 느끼는 상대한테도 배우려고 하는 모든 노력들이 마지막 순간에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작동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운이라고도 생각한다. 그 운들이 재우가 앞에 살아오면서 쌓인 것들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선물처럼 찾아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 중 하나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 감독은 “어떤 그림체, 뉘앙스로 영화를 만들까 생각하면서 음악을 많이 들었다. 이번에는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를 많이 들었다. 그런 레퍼런스에서 점차 구체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면서 “‘아라베스크’는 이대로도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음악 감독님이 아주 고생을 많이 해주셨다. 저와 함께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음악을 준비했다. 처음과 끝에 있는 ‘아라베스크’는 오리지널 트랙이다. 처음 재우가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의 세계와 연수원을 나누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음악만큼이나 영화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건 강렬한 색채다. 군청색의 도복과 마룻바닥의 갈색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색채가 ‘만 분의 일초’만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감독은 “검도를 어떻게 다룰까 고민하다가 가장 먼저 보인 것이 군청색의 도복이었다. 그것과 대비되는 피부톤과 마루 바닥 질감이 주도적이었다. 이걸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촬영감독과 고민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순수 스포츠물이 아니라 재우의 내적 심상을 다루면서 그 모습이 운동 경기 형태로 보이는 걸로 연출하고 싶었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몽환적일 수도 있는 색감을 촬영감독과 고민했다”라고 했다.
배우 주종혁과 문진승이 각각 어린 시절 형의 죽음으로 인해 과거의 시간에 자신을 가둬버린 재우, 꾸준한 노력으로 검도계를 제패한 일인자 태수 역을 맡았다. 과거 재우와 태수에게 있었던 사건은 무엇인지, 정갈한 스포츠 검도로 두 사람이 각자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호기심을 더한다.
김성환 감독은 주종혁 캐스팅 과정에 대해 “배우를 캐스팅할 때 1번은 찍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배우를 찾는다. 검도 마스크를 쓰고도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까 눈빛이 제 마음에 들어오는 배우를 찾게 됐다. 그 와중에 BH엔터테인먼트에 주종혁이 있다는 추천을 받았다. 전에 찍었던 단편을 봤다. 옆얼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턱 근육으로도 연기가 가능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만났는데 ‘감독님 에이요’ 이러더라. 너무 파이팅 있게 잘해줬다”라고 했다.
이어 김성환 감독은 “문진승 배우는 정말 기적적으로 찾은 배우였다. 문진승 배우는 정말 없었다. 스크립터가 사진을 찾아서 보여줬다. 바로 수소문해서 미팅을 진행했다. 말투가 제가 원하던 톤이더라. 저는 이번에 영화를 찍으면서 인복이 따라온 것 같아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주종혁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검도라는 소재가 너무 신선했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재우를 봤을 때 너무 안쓰러웠고,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트라우마로 발현하면서 복합적인 감정들을 느끼는데 표출을 못하더라. 꾹꾹 누르고 있는 재우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배우의 입장에서 그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라고 했다.
문진승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만화적인 성장 스토리로 느껴졌다. 빌런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도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라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연기할 때에도 단순히 외형적으로 차가운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다. 몇 부분의 장면에서는 태수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라고 했다.
주종혁과 문진승은 국가대표 예비선수라는 캐릭터 설정을 위해 두 달간 검도 연습에 매진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종혁은 “저와 문진승 배우는 검도를 접해본 적이 없다. 처음에 검도라는 걸 영상으로 봤을 때는 두 달이면 따라 해 볼 수 있겠다고 쉽게 접근했던 것 같다. 용인대 학생들의 훈련을 직관할 기회가 있었는데 기세나 자세를 보고 두 달 가지고는 해낼 수 없다고 느꼈다. 검도가 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기합이나 타격들이 굉장히 역동적이었다. 끝난 후에 묵상을 할 때에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매력을 많이 느꼈다. 검도에 매력을 느껴서 계속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이어 문진승은 “배우들과 함께 훈련했다. 기본자세를 훈련 많이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에 다가가려면 기본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용인대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면서 계속 연습했다. 검도의 매력은 기세인 것 같다. 선수들 앞에 있으면 기합 소리만으로 기가 눌리더라. 그것이 검도의 매력인 것 같다”라고 했다.
이번 작품은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수상하며 작품상 2관왕을 달성한 바 있다. 이후 제6회 말레이시아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남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 중 하나인 제47회 상파울루국제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 섹션에 초청되기도 했다. 또한 제8회 런던동아시아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수상,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김성환 감독은 “결국 심사위원도 영화에 진심인 분들 아닌가. 서로의 노고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상을 준다는 건 예의 이상으로 영화에 대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그런 상을 주셔서 더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종혁은 “저한테 ‘만분의 일초’라는 영화는 여러 부분에서 처음이다. 그것만으로도 소중하고 행복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을 때 현장에 있었는데 너무 행복했다. 저희가 열심히 했던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뿌듯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성환 감독은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영화란 무엇이고,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영화가 코로나 시기를 관통하며 찍었다. 많은 분들이 영상 매체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아파트 생활을 하는데 큰 스크린은 소화가 되지만, 절대 소화가 안 되는 것이 스피커라고 생각한다. 극장은 그런 점에서 큰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개봉 전후로 해서 두 배우님이 펼쳐주신 검도의 세계를 많이 만끽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만분의 일초’ 11월 15일 개봉 예정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만분의 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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