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 2023] “암 세포 빨리 찾아 정밀하게 때린다”...암 치료의 최신 지형 ‘한눈에’
엑스레이 등 의료영상에서 암 초기 발견하는 AI,
주변의 건강한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암조직만 표적으로 공격하는 CAR-T 치료제,
항암제 효능 높이고 부작용 줄이는 ADC
11월 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최근 전세계 의학계와 제약업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문샷(Cancer Moonshot)’에 주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향후 25년간 암 사망률을 절반으로 줄이고 암 환자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로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문샷’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캔서문샷에 참여하는 기업은 120곳이 넘는다.
국내에서도 암은 중요한 문제다. 지난달 21일 통계청이 낸 ‘2022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인구 10만명 당 162.7명)이다. 폐암과 간암, 대장암, 췌장암, 위암 순이다. 2012년(10만명 당 146.5명)부터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전년 대비 췌장암(5.8%), 뇌암(5.5%), 유방암(5.0%)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했다. 국내 기업도 루닛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젠큐릭스 등 12곳이 캔서문샷에 합류했다.
암 환자의 완치율을 높이고 암 사망률을 떨어뜨리려면 조기에 진단해 치료시기를 앞당기고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정밀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암 진단법으로는 암을 초기에 진단하는 데 한계가 있고, 암세포 외에 건강한 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탈모, 점막 손상, 메슥거림, 설사 등 부작용이 따른다. 기업들도 암을 극초기에 진단하고 건강한 세포에는 영향 없이 암세포만 공격해 없애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 사람 눈에 보이지 않을 극초기 진단으로 조기 진료
국내 바이오 기업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큐브바이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HLB파나진, 싸이토젠은 ‘액체생검’이라는 최근 진단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액체생검은 조직 검사 없이 혈액이나 소변, 땀 등 체액에 든 DNA 조각으로 암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주로 DNA에 생긴 돌연변이가 암을 일으키기 때문에 DNA조각에 있는 돌연변이를 찾으면 암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암을 진단하는 기술도 개발돼 상용화됐다. 암 진단 AI 관련 연구 결과를 가장 많이 낸 곳은 국내 기업인 루닛이다.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 영상을 보고 암을 찾아낸다. 기존에는 의사가 눈으로 엑스레이를 판독해 암을 찾아냈는데, 1㎝이하 작은 종양은 맨눈으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AI는 이보다 훨씬 작은 종양까지 찾아내 암을 극초기에 진단할 수 있다.
루닛이 개발한 AI ‘루닛 인사이트’는 독자적인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흉부 엑스레이 이미지를 판독한다. AI는 수많은 영상 데이터를 학습해 폐암이나 폐결절, 섬유화 등이 의심되는 이상 부위를 97% 정확도로 찾아낸다. 심장이나 갈비뼈 등 다른 장기에 가려 놓치기 쉬운 결절까지 정확히 찾아낸다. 폐암과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할 확률은 각각 50%, 40%에 이른다. 특히 폐암은 1,2기에 진단하면 3,4기에 발견할 때보다 5년 생존율이 4배나 높아진다. 루닛 인사이트는 이미 서울대병원에서 도입해 사용 중이다.
루닛에서는 면역항암제 치료 후 반응성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AI ‘루닛 스코프’도 내놨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부작용을 거의 일으키지 않고 암을 치료하는 신약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약에 대한 반응성이 다르다는 한계가 있다. ‘루닛 스코프’는 세포 이미지를 분석해 면역 타입을 분류한 다음 면역항암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가 각 환자에게 얼마나 잘 들을지 예측할 수 있는 정확도가 약 76%도 기존 방식(55%)에 비해 훨씬 높다. 루닛은 최근 미국 텍사스대 의대 MD앤더슨암센터와 함께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다양한 암종에서 치료 효과 분석을 위한 연구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내 의료AI 벤처기업 휴런은 뇌전이암을 조기에 찾아내는 AI ‘휴런메타스위트’를 개발해 가천대 길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뇌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 발생한 암이라도 뇌에 전이될 위험이 크다. 심박출량의 4분의 1이 뇌로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에 생긴 암조직은 매우 작아 맨눈으로 발견하기가 어렵다. 휴런메타스위트가 환자의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한 이미지를 보고 뇌전이암을 진단하는 정확도는 94.3%나 된다.
이렇게 AI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의사가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그만큼 환자가 효율적으로 치료 받아 완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근에는 항암제 신약을 개발하는 데도 후보 물질을 AI로 탐색해 미리 효능을 예측하기도 한다.
◇ 미사일처럼 암세포만 표적으로 쏴 부작용 줄인다
최근에는 주변의 건강한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암 조직만 표적으로 공격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큰 이슈다. 암세포와 건강한 세포를 구별해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약물을 암세포까지 정확하게 배달하는 약물 시스템이 주로 개발되고 있다.
면역세포 중 T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인식해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다. 이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하면 암세포만 공격하는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를 인위적으로 암세포에만 달라붙도록 강하게 만든 뒤 다시 환자 몸속에 넣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원리다. 현재 CAR-T 치료제는 특히 백혈병 등 혈액암에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하지만 고형암에서는 신경 독성이나 사이토카인 폭풍 같은 부작용이 있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CAR-T 치료제는 킴리아(노바티스), 예스카타(길리어드), 테카투스(길리어드), 브레얀지(BMS), 아벡마(BMS), 카빅티(얀센·레전드바이오텍) 등 6개다. 이중 예스카타(성분 액시캅타진 실로루셀)는 지난해 매출 10억 달러를 넘기며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CAR-T 치료제 가운데 가장 앞선 것은 큐로셀의 ‘안발셀’이다. 최근 큐로셀은 안발셀의 임상 2상을 마쳤다. 내년 하반기 쯤 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암세포에 붙는 면역 단백질인 ‘항체’와 ‘항암제’를 붙여 만드는 ‘항체약물 복합체(ADC)’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와 국제의약품전시회(CPHI) 2023에서도 종양학자들과 제약사들이 가장 주목한 차세대 기술로 손꼽힌다.
암세포까지 정확하게 도달하는 항체의 능력과, 암세포를 공격하는 능력이 뛰어난 항암제의 능력을 접목시켰다. 암조직까지 정확하게 약물을 배달하는 덕분에 기존 항암제보다 건강한 조직을 손상시킬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ADC 중 가장 앞선 것은 일본 다이이찌 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출시한 ‘엔허투’다. 엔허투는 유방암과 관련있는 유전자인 HER2를 표적으로 하는 유방암 치료제다. 기존보다 항체-약물 간 결합이 안정적인 3세대 ADC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 10억 달러를 넘기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등극했다. 같은 표적을 공격해 유방암을 치료하는 1세대 ADC, 캐사일라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72% 낮춘다고 알려졌다.
길리어드와 화이자, 로슈 등 글로벌 기업들이 ADC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에임드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 피노바이오, 알테오젠 등이 ADC를 개발 중이다.
암을 조기 진단하는 AI를 개발한 루닛, 루닛과 함께 AI 치료효과를 연구하는 MD앤더슨암센터, 국내 ADC 개발 기업인 에임드바이오, 액체생검 기업인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등은 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리는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 기조강연 연사와 패널로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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