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복싱에 헌신한 노(老)감독의 당부 "복싱인이 하나 돼야죠"

이대호 2023. 10. 3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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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체육계에 끼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체육 훈장을 포상한다.

김성일(64) 충주시청 복싱팀 감독은 3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체육상 시상식에서 맹호장을 가슴에 달았다.

1980년 충북 충주에서 충주복싱체육관을 설립해 일찌감치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충주에서만 40년 넘게 후진을 양성해온 복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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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충주시청 감독, 노고 인정받아 체육 훈장 맹호장 수훈
체육 훈장 맹호장을 받은 김성일 충주시청 복싱감독 [촬영 이대호]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정부는 체육계에 끼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체육 훈장을 포상한다.

체육인에게 최고 영예인 청룡장(1등급)부터 맹호장(2등급), 거상장(3등급), 백마장(4등급), 기린장(5등급) 순으로 수훈한다.

김성일(64) 충주시청 복싱팀 감독은 3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체육상 시상식에서 맹호장을 가슴에 달았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좀처럼 열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복싱의 현주소를 고려하면 예상 밖의 일이다.

그만큼 김 감독이 지난 세월 동안 대한민국 복싱을 위해 헌신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980년 충북 충주에서 충주복싱체육관을 설립해 일찌감치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충주에서만 40년 넘게 후진을 양성해온 복싱인이다.

충주복싱연맹 전무이사와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 감사, 대한복싱협회 스포츠공정위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2013년부터는 충주시청 복싱선수단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의 공헌을 인정받아 2018년에는 대한복싱협회 최우수지도자상을 받았고, 같은 해 대한체육회 체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훈장 포상식이 끝난 뒤 기념촬영하는 김성일 감독 [촬영 이대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김 감독은 수훈식이 끝난 뒤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으나 재능있는 선수들을 무료로 가르치며 우리 집에서 합숙시키고, 그 선수들이 국제대회 나가서 메달 땄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지도자 생활을 돌아봤다.

충주에서만 후진을 길렀던 김 감독의 제자 중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페더급 동메달리스트 조석환이 그 주인공이다.

김 감독은 "나도 선수로 뛰고 싶었지만, 아버지 반대가 심했다. 그게 한이 돼서 지도자로 후진 양성에 전력을 쏟았다"고 했다.

2013년 충주시청 복싱팀 창단에 앞장서 초대 감독에 올랐던 김 감독은 숱한 영광을 뒤로 하고 올해가 끝난 뒤 지휘봉을 내려놓을 참이다.

"제가 자리를 비워야 새로운 신진 지도자가 꿈을 펼칠 수 있다. 계속한다는 욕심을 가지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수십만 번 선수들의 펀치를 받아왔던 김 감독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계속해서 선수를 길러내겠다는 뜻은 버리지 않았다.

그는 "이제 중학교나 고등학교 가릴 것 없이 재능 기부를 하고 싶다. 그러다가 병들고, 힘이 없어지면 떠나는 게 인생 아니겠냐?"며 웃어 보였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가운데)으로부터 수훈 받는 김성일(오른쪽) 감독 [촬영 이대호]

김 감독이 평소 선수들에게 강조한 말은 '준비된 자가 성공한다'다.

벼락치기로 준비해서는 복싱에서나 사회에서나 성공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감독은 "평소에 준비하고 몸무게도 맞춰놔야 좋은 선수가 된다"고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무엇보다 지도자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도자의 열정이 식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열정이 죽으면 한국 복싱도 죽는다"면서 "지금 한국 복싱이 병들고 녹슬었을지 몰라도, 젊은 지도자가 열정을 불사른다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김 감독의 말대로, 한국 복싱은 이미 위기다.

2012년 런던 올림픽 한순철 이후로 올림픽 복싱 메달의 맥이 끊겼고, 올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 1개를 따는 데 그쳤다.

김 감독은 사분오열한 복싱계 현실을 한탄하며 "복싱인이 하나가 돼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는데 여전히 서로 으르렁거린다"고 안타까워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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