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차정숙 … 대박 드라마 제목엔 주인공 이름 많아"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10. 31. 1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V·OTT 빅데이터 기업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원순우 대표
콘텐츠 빅데이터 지수 '펀덱스'
방송계 아닌 대중에 무상 공개
"재밌는 콘텐츠, 펀덱스로 확인
사람 성격 MBTI로 가늠한다면
드라마엔 20개 유형 펀덱스"
10년간 축적된 콘텐츠 빅데이터를 축약한 '펀덱스' 플랫폼을 최근 대중에게 무상 공개한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김호영 기자

시청률 10%로 종영한 드라마 A·B를 가정해보자. '10%'라는 숫자는 드라마 크기를 예측하게 한다. 하지만 첫 방송 시청률이 15%였다가 10%로 마감한 콘텐츠 A와, 5%에서 시작해 10%로 끝마친 콘텐츠 B는 질적으로 '같은 10%'일 수 없다.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는 여기에서 질문을 하나 추가한다. '만약 10%로 시작해 10%로 끝난 드라마 콘텐츠 C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기대가 컸지만 별 재미를 못 본 A, 소소하게 시작했다가 중박을 친 B, 마니아층 이탈 없이 완주에 성공한 C의 경쟁력은 'B>C>A' 순일 것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이처럼 TV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방송된 콘텐츠를 전량 분석하고, 그 가치를 첨예하게 평가하는 '콘텐츠 빅데이터 최전방' 업체다. 원 대표를 최근 만났다.

"영화 흥행 여부는 관객 수로 평가됩니다. 1000만 영화가 절대적 기준이던 시절도 있었죠. 드라마 콘텐츠는 시청률이 전부가 아니었어요. 론칭 때 화제성, 회차별 추이도 반영돼야 정확한 지표라고 생각했습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10월 초부터 펀덱스(FUNdex) 지수를 홈페이지에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 중이다. 당초 기업 간 거래(B2B) 방식으로 방송시장에 유상 공개하던 평가 파일을 대중에게 조건 없이 오픈한 것. 펀덱스는 일종의 콘텐츠 경쟁력 지수로 화제성을 'XL, L, M, S' 네 단계로 우선 구분하고 시청률 추이를 반영한 재미강도지수(Fx)를 '대확산, 확산, 유지, 불규칙, 감소'로 구분해 '+2'부터 '-2'까지 매긴 콘텐츠별 지수를 의미한다.

10월 31일 기준 펀덱스 종합 1위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이두나!'다. 펀덱스 웹사이트에서 '이두나!'의 화제성 점유율은 8.8%. '이두나!'의 펀덱스 분석을 클릭하면 이정효 감독, 장유하 작가, 주연 수지의 전작(前作)을 수치화한 펀덱스가 나온다. 이정효 감독이 연출한 '사랑의 불시착'은 펀덱스가 XL+2, '라이프 온 마스'는 L+2 등급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큰 관심을 얻었다는 의미이니, '이두나!'의 흥행 가능성까지 예측 가능해진다. "드라마부터 예능까지 10년간 빅데이터를 전부 추적했습니다. 포털 게시글 수, 언론 주목도, 동영상 조회수, 댓글 수를 전부 합산해 경쟁력 지수를 만들었어요. 사람에게 MBTI가 있다면, 펀덱스는 드라마의 20가지 유형을 보여줍니다."

가령 화제성 M으로 시작했어도 시청률 우상향 곡선(+2)이면 정주행 결심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된다. 반면 화제성 XL로 출발했어도 급전직하 우하향 곡선(-2)인 콘텐츠는 3~4회쯤 채널을 꺼버릴 가능성이 높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펀덱스가 XL+2였다. "누구에게나 추천 가능하고, 심지어 재미 강도도 높아지는 케이스"라고 원 대표는 설명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XL+1 등급이었다. "대박 드라마는 맞지만 중후반부에 그래프가 평평했던 때가 있었다. 선호도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늘 결과가 홈런일 수만은 없는 법. '더 킹: 영원의 군주'와 '배가본드'는 XL-2로 인기 배우, 제작 규모 측면에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시청자가 크게 이탈한 사례라고 한다.

펀덱스 리포트를 매주 쓰기 위해 원 대표와 동료들은 한국의 모든 드라마를 한 편도 빠짐 없이 '다' 본다. 10년간 제대로 된 휴일도 없었다. 그 경험이 쌓이니 남들이 못 보는 패턴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그의 요즘 관심사는 '제목'이다. 드라마 제목이 너무 길거나('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등) 부제 섞인 제목('판도라: 조작된 낙원' '뫼비우스: 검은 태양' 등)은 재미강도지수가 '-2'였다.

다수 인기 드라마 제목의 비결은 '주인공 이름'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빈센조' '닥터 차정숙' '낭만닥터 김사부' '힘쎈여자 도봉순' '신성한, 이혼' 등이 그랬다. 원 대표는 "작중 인물의 이름이 제목에 들어가면 외우기도 쉽고 드라마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제목을 길게 잡거나 부제를 넣으면 정보가 분산되고 소통이 안 되면서 시청률도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 창립 후 이제 10년. 그동안 가장 고민이었던 부분은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의심이었다. 아르바이트생 풀어서 글 많이 쓰면 펀덱스 지수가 높아지는데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었다. 한 팬이 '오빠'를 응원하려고 댓글 1000개를 동시적으로 달면 평가에 어려움이 생긴다.

원 대표는 "한 사람이 동시적으로 쓰는 글은 우리 직원들이 전부 일일이 제거한다. 그게 펀덱스의 투명성을 높이는 길이자 핵심 경쟁력"이라며 "방송 첫주나 둘째 주엔 '홍보'가 먹힐 수 있어도 뒤로 가면 알바 글로 유지가 안 된다. 좋은 콘텐츠는 그 인위성을 뛰어넘는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유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