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 AI가 잡아낸다…세계 최초 보이스피싱 분석 모델 개발

보이스피싱 3개 조직 51명 소탕
미제 사건 해외활동 조직원 검거에 핵심적 역할

행정안전부 전경. /뉴스1

정부가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을 경찰이 활용하자 마자 수사 현장에서 공을 세우고 있다. 경찰은 음성분석모델을 활용하기 시작한 뒤 4달 만에 보이스피싱 범죄자를 대거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행정안전부는 31일 경기남부경찰청이 음성분석모델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조직 총책과 자금관리책 등 총 5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경찰이 보이스피싱 수사를 할 때 음성 감정을 하려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하고 2~3주쯤 기다려야 했다. 행안부 통합데이터분석센터와 국과수가 올해 2월 개발한 음성분석모델 국과수가 해외에서 도입해 사용한 기존 모델보다 성능이 77% 정도 향상됐다. 행안부는 지난 19일 음성분석모델을 전국 경찰이 사용하는 ‘전화사기 수사지원시스템’에 탑재해 빠른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번에 검거된 3개 조직은 국내 아파트 등에 콜센터 사무실을 설치하고 개인정보, 대포폰 등을 활용해 ‘성관련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피해자들로부터 약 6억원을 챙겼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올해 5월 해외발신 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전화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 단속 과정에서 5명을 처음 적발했다. 경기남부청 소속 A 수사관은 지난 7월 11일 행안부가 실시한 음성분석모델 교육을 이수하고 음성분석모델을 시범 배포받아 수사에 활용했다. 검거한 피의자 음성과 피해자들로부터 확보한 범죄자 음성을 분석모델로 확인한 결과 동일한 인물이라고 확인해 피의자 혐의를 입증했다.

A 수사관은 여죄를 확인하고 연루자 추가 확인을 위해 국과수에 심층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음성분석모델을 활용해 검거된 피의자 음성과 보유하고 있던 1만3000여개의 보이스피싱 범죄자 음성을 분석했다. 국과수와 경기남부청이 12차례 상호 분석을 실시한 결과, 미제사건으로 분류돼 있던 ‘해외 ○○ 콜센터 조직사건’ 등 17개 사건과 연관성이 확인됐고, 관련 범죄자들도 찾아냈다.

경기남부청은 자체 분석 및 국과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혐의자 신원을 빠르게 특정했고, 통화·계좌내역 조사, 폐쇄회로(CC)TV 확인과정 등 후속 수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덕분에 콜센터 총책과 자금관리책, 상담원 등 3개 조직 혐의자를 특정해 이날까지 직접 가담자 16명과 관련 범죄 가담자 등 총 51명을 검거할 수 있었다. 혐의가 특정된 피의자들에 대해 추가 검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검거되는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행안부와 경찰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음성분석모델을 수사에 사용한 것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검거 속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음성분석모델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해외 활동 조직 실체를 밝혀 조직원을 추가 검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번 범죄조직 일당 검거로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효과가 확인되었다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음성범죄 수사 과정에서 범인을 빠르게 검거하는 데 모델이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과 모델 고도화를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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