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둘러싸고 심각한 분열 노출"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의 집권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1400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이스라엘의 대응 권리를 지지하며 군사적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고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면서 민주당 내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미 의회가 하마스와 싸우고 있는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초당적인 예산안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 내 파열음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민주당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의원들과 진보 성향의 친(親)팔레스타인 의원들이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역할 등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심각한 분열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민주당내 이같은 이견은 지난 25일 미 하원에서 이스라엘과 연대를 선언하고 하마스를 규탄하는 초당적 결의안 처리 당시에 드러났다.
해당 결의안은 412명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지만, 반대 10표, 기권인 '재석(present)' 투표도 6표가 나왔다. 이중 민주당에서 반대 9표 등 15명이 해당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당시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이스라엘 지지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고, 이들도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양측간 긴장이 촉발됐다.
조시 고트하이머 민주당 의원은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해 "비열하고 우리 당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자, 의회내 몇 안 되는 무슬림 중 한 명인 안드레 카슨 의원은 고트하이머 의원을 "겁쟁이이자 문제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현재 미 의회에는 패키지 범위가 다르긴 하지만, 143억 달러(약 19조3000억원) 규모의 이스라엘 지원 예산안이 제출돼 있어 이를 논의해야 하는 만큼 양측간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NYT는 전했다.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크리스 밴 홀런(메릴랜드), 제프 머클리(오리건) 등 민주당 상원의원 20여명은 지난 27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 이집트, 유엔 등과 협력해 인도적 위기가 심화된 가자지구에 연료를 공급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의원들은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병원을 운영할 연료마저 바닥나는 등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완화하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하라는 요구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유일한 팔레스타인계 하원의원인 러시다 털리브(미시간) 의원은 최근 진보성향 유대인 단체가 미 의회 건물을 점거하고 이스라엘이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한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털리브 의원은 당시 집회에서 "우리는 아직도 문자 그대로 사람들이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지금처럼 대다수를 죽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며,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비켜 서 있다"며 휴전을 호소했다.
민주당 지지층도 갈라지고 있다.
갤럽이 지난 2~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지난 9월 조사(84%)에 비해 11%포인트 하락한 75%로 집계됐는데, 이를 두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 부정적인 반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뉴스네이션과 선거 예측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가 지난 23~24일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고 봤지만, 13%는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을, 9%는 이스라엘 정부를 탓했다. 22%는 어느 쪽에 잘못이 있는지 명확히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특히 연령대가 어릴수록 팔레스타인 쪽에 공감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의회전문매채 '더힐'은 분석했다.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은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전면적 이스라엘 지지가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떠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내 이 같은 이상기류는 공화당의 부채질에 더욱 심화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백악관이 내놓은 우크라이나(614억 달러)와 이스라엘(143억 달러) 지원을 패키지로 묶은 1050억 달러(약 142조원) 규모의 안보예산안과 달리, 이스라엘 지원에 필요한 예산안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국세청 지원 예산에서 충당하도록 하는 별도의 예산안을 제출한 상태다.
일각에선 존슨 의장이 이같은 별도 예산안을 제출한 것은 민주당내 분열을 노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진보 성향 민주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예산안에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친가자지구 시위에 참석한 털리브 의원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는데, 이르면 내달 1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민주당내 친이스라엘 의원들도 털리브 의원 비판 결의안에 부정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데비 와서먼 슐츠 민주당 의원은 털리브 의원이 하마스를 규탄하길 거부한 민주당원들의 선동에 관여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슐츠 의원은 하마스의 공격으로 1400명 이상의 민간인 및 군인이 사망하고 200여명의 인질이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것을 거론, "우리 모두는 대량학살에 반대해야 한다. 만약 대량학살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영혼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스라엘 지지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서머 리 의원은 숄츠 의원과 결의안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선 비슷한 분노를 표하지 않는지 반문하면서 "영혼이 없는 것은 우리가 아니다. 저는 그(숄츠 의원)가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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