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11월 외교 캘린더…미국에서 APEC 정상회의·부산에선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박은경 기자 2023. 10. 3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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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27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미 대표단과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신 중동전쟁으로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북한-러시아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중심으로 대형 외교 이벤트가 이어진다. APEC을 계기로 미국에서 미·중 및 한·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부산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일정도 조율 중이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의 변곡점이 마련될지, 탈북민 북송과 북핵 미사일 문제 해법을 두고 냉각 기류를 보이는 대중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사다.

오는 11월 11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APEC을 계기로 양국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 중이다. 앞서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6∼28일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주요 20개국(G20)회의에서 회담한 후 1년 만의 만남이다. 두 정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 간 무력 충돌,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비롯한 경제·무역 갈등 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은 다방면에서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극적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정상급 소통을 통해 불필요한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노력은 국제 정세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APEC을 계기로 한·중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가정적인 이야기지만 한·중 양국 정상이 APEC에 참석하게 된다면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11월 중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은 처음이다. 블링컨 장관은 11월 7∼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 미·일, 한·미 연쇄 외교수장 회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의 사전 준비를 위한 3국 외교장관 회의를 11월 중 부산에서 여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외교 당국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국 간 일자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성사된다면 시기는 11월말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도 한국 정부가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11월26일 전후에 실시하는 방안을 중국과 일본에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다자회의 계기 한·중 정상 간 만남이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한·중 양자 간에도 긍정적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경색된 한·중관계는 최근 중국 정부가 중국 내 탈북민을 북송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더 얼어붙고 있다. 박진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왕이 부장에게 탈북민 강제북송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9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샹산포럼에 참석한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중국 측에 중국 내 탈북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강제북송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등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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