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법관 서울·SKY·대형로펌 편중···뽑을 때부터 바뀌어야[이토록 XY한 대법원]

김희진·이혜리·김혜리 기자 2023. 10. 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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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여성 대법관 그 너머
2021년 10월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신임 법관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올해 새로 임용된 법관 10명 중 7명은 서울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 출신, 4명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7대 대형 로펌 출신이었다. 순혈주의와 엘리트주의를 탈피하기 위해 법조일원화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됐지만 ‘서울·SKY·대형 로펌’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런 현상은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법관)’으로 획일화된 대법원 구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법관을 선발할 때부터 사회의 다원적 가치가 반영되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임 법관 76% 서울 출신…20% 강남 거주

경향신문은 31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대법원으로부터 ‘신규 임용 법관 권역별 거주지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 법원은 일정 기간 법조 경력을 쌓은 법조인을 신규 법관으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법관 구성을 다양화한다는 취지로 2013년 도입됐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달리 올해 임용된 신임 법관 121명 중 105명(86.7%)은 수도권 출신이었다. 이들 중 대다수인 92명은 서울 출신으로 집계됐다. 전체 신임 법관 76%가 서울에 사는 사람인 것이다.

서울 출신 판사는 최근 들어 점점 늘어났다. 2021년 66.9%, 2022년 67.4%를 기록하다 올해 70%를 넘겼다. 2012년만 해도 신임 법관 173명 중 97명(56%)이 비수도권 거주자로 과반을 차지했는데, 10년 사이 특정 지역의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서울 출신 중에서도 강남3구에 주소지를 둔 법관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올해는 신임 법관 중 21명(17.3%)이, 지난해는 32명(23.7%)이 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전체 신임 법관 5명 중 1명 꼴로 서울 강남 출신인 셈이다.

반면 비수도권 출신은 전국을 통틀어 16명(13.2%)에 불과했다. 전남 지역 출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임 법관이 한 명도 없었다. 강원, 전북, 제주 출신 신임 법관 역시 0명이었다. 경남, 경북, 대전, 울산 출신은 각각 1명씩이었다.

신임 법관 다수가 대형 로펌 출신에 편중된 현상도 여전했다. 올해 신임 법관 중 김앤장을 비롯해 태평양·세종 등 7대 로펌 변호사 출신은 총 32명으로 전체의 26.4%에 달했다. 특히 김앤장 출신인 법관 수는 9명으로 개별 로펌 중 가장 많았다. 김앤장 출신 변호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6.3%(5명), 2020년 7.7%(12명), 2021년 12.2%(19명), 2022년 14.1%(19명)로 증가세를 이어오다 올해 다소 줄었다.

SKY 대학 출신은 올해 73명으로 60.3%에 달했다. 서울대 학부를 나온 법관이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15명)와 고려대(13명)가 뒤를 이었다.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SKY대 출신 비율이 80% 수준에 달하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최근에도 60%대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선발 기준·절차부터 다양성 확보 고민해야

‘서울·SKY·대형 로펌’ 출신으로 신임 법관 다수가 구성되는 현실을 두고 선발 제도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원은 다양한 삶의 궤적을 거친 시민들이 오는 곳인 만큼 이들을 마주할 법관의 구성에도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12월 개정된 법원조직법 제42조 2항은 ‘판사의 임용에는 성별, 연령, 법조경력의 종류 및 기간, 전문분야 등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사항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현행 법관 임용제도를 살펴보면 적어도 공개된 절차와 심사 기준에서는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법관 인사위원회를 구성할 때 법관 외에 변호사·검사·법학교수·비법조인을 포함하고, ‘1명 이상은 여성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것 정도다.

반면 해외 법원은 선발 기준과 절차에서 법관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 법원은 법관 선발 시 실무 능력 외에도 인종 다양성 등 다른 요소를 비중 있게 고려한다. 시험 성적을 토대로 한 법관 선발은 다양성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공유되고 있다. 영국 법원은 2010년 마련된 평등법(The Equality Act) 규정 등에 따라 연령, 장애, 성전환, 혼인과 동성혼, 임신과 모성, 인종, 종교 또는 신념, 성별, 성적 지향 등 9가지 구체적 특징을 고려해 법관 구성의 다양성 증진을 구현할 의무를 진다.

한국에선 다양성을 고려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여성의 경우 법관 지원시 혼인과 임신 등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법원 안팎에선 여성 법조인이 신임 법관 임용 절차에 지원할 시기가 결혼-임신-출산 등 여성의 생애주기와 맞물려있어 지원을 꺼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법정책연구원의 2020년 보고서 ‘법조일원화 시대에 걸맞은 바람직한 법관 임용제도’에 따르면 육아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법관 지원 의사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법관을 누가 뽑을지, 즉 법관 인사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지도 쟁점이다. 영국은 법관을 뽑는 구성원을 꾸릴 때부터 다양성 확보를 염두에 둔다. 법관 인사위원회 중 비법관 패널은 일반 기업에서 인사·채용 업무를 담당해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받은 사람 중 선정한다. 약 90명 정도의 비법조인 패널을 위촉해 명단을 보유하면서 선발 절차별로 필요한 패널을 선정한다. 또 다양성 정책의 하나로 패널 중 1인은 ‘소수자’로 선정되도록 했다.

이탄희 의원은 “사법부 내 ‘다양성 증대’는 사법개혁의 필수적 과제로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요구”라며 “국민은 소수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거주하는 대형 로펌 출신 판사에게만 재판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판사에게도 재판받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의 기획시리즈 [이토록 XY한 대법원]의 XY는 남성의 성염색체를 말합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탄생한 지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대법원은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대법관 다양화와 관련한 더 많은 기사를 읽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들어오세요.
링크: https://m.khan.co.kr/series/articles/as378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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