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토스 대표가 창업가들에게..."가족·돈보다 회사가 먼저일 수 있나요?"
(지디넷코리아=백봉삼 기자)“(토스 창업 전) 6년 동안 8번 창업을 했고 실패했어요. 실패했던 과거와, 성공궤도에 오른 현재를 비교했을 때 저의 지능과 네트워크의 차이가 있었을까요. 결국 끈기의 차이만 있었을 뿐입니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아산나눔재단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데모데이 2023’ 키노트 강연자로 참석했다. 이 대표는 창업가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성공 비법 등을 공유해 좌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성공한 선배로서 창업가들이 겪게 되는 '살벌한 현실' 조언들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사업 성공은 상당 부분 '운'...운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끈기뿐
먼저 이승건 대표는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상당 부분이 사실은 어쩔 수 없이 ‘운’에 많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또 자신도 과거 6년 동안 8번의 실패를 통해 운을 이기는 방법은 ‘끈기’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창업가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이에 이 대표는 가족의 대소사를 챙길 수 없고, 친구 등 지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길을 걷게 된다고 말했다.
“창업가의 길에 들어서면 회사가 여러분의 가족보다 중요해져요. 가족들의 대소사를 챙길 수 없고, 자녀들에게 굿나잇 키스를 할 수 없게 될 거예요. 또 현금 자산이 필요해 좋은 집과 좋은 차는 포기해야할 거고요. 친구나 지인들은 여러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생에서 길을 잃고 방황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부디 방황이 짧아야할 텐데 하겠죠.”
이승건 대표는 창업가들이 으레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팀원들의 월급을 줄 수 없는 시기가 올 거예요. 이 여정에서 누군가는 당신(창업가)을 고소할 거예요. 여러분을 고소하는 사람이 공동 창업자일 수도 있고 투자자일 수도 있어요. 또 자주 틀릴 것이고, 이 문제들을 팀원들이 다 보게 될 거예요. 쪽팔린 단계를 넘어서면 내가 하는 게 맞나, (대표직에서) 내려와야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게 되죠. 팀원들도 계속 여러분을 실망시킬 테지만, 그럼에도 계속 예수처럼 사랑을 퍼줘야 해요. 팀원들을 위해 격리 시켜야 마땅한 직원에게도 웃어야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어려움과 난관들을 최소 3년에서 10년 이상 겪게 된다고 말했다. 회사가 잘 된다고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더 문제는 커지고 오래 간다고도 덧붙였다. 만약 이런 어려움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지금 멈추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직언했다.
“그럼에도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끈기는 어디에서 올까요. 끈기의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이유가 그 사람을 만드는 것일뿐, 타고나는 건 아녜요.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는 이유, 굳이 한 번 대적해보겠다, 물러서고 싶지 않다, 이번만큼은 해보겠다는 이유가 끈기를 만드는 거죠. 좋은 이유가 있으면 끈기가 나옵니다.”
나를 증명해내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좋은 끈기' 동력 중 하나
이 대표는 이어 끈기가 오래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들을 나열했다. 이 세상에 기여하고픈 삶의 미션, 잠을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집착하게 되는 것들이라고. 또 자신을 무시하고 부정한 사람들에게 나를 증명해 내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마음도 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당신을 무시하고 부정한 사람들에게 당신을 증명해 내지 않으면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 경우가 끈기를 만들어내죠. 저도 저를 무시한 세 명의 사람이 있었고, 그 중 한 명은 현재 핀테크 업계에 있어요. 7년 전 저를 없는 사람 취급했었죠.”
이 밖에 이 대표는 파산하더라도 주변 팀원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지금하는 일을 너무 사랑해서, 본인 인생에서 창업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없어서, 가족과 돈, 안정감을 포기하더라도 제품을 만들고 조직을 건설하고 사회 변화를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고 행복한 경우가 오래 지속되는 끈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지금 회사서 일하는 게 너무 싫어 창업하면, 그 회사는 지금 회사보다 안 좋을 것
아울러 이 대표는 창업을 계획할 때 주의할 점도 언급했다. 창업가가 되는 것이 멋져 보여서, 내가 너무 좋은 기술과 솔루션을 갖고 있는데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고 싶어서 등의 생각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지금 회사에서 일하는 게 너무 싫어서 창업을 결심했다면 이 사람은 어떤 회사를 만들든 지금의 회사보다 안 좋을 거예요. 돈도 없고, 신용도 없어 대출이 안 되겠죠. 더 안 좋은 일들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또 내 아이디어가 너무 대박이어서 투자자한테도 말 못하겠고, 그래서 엄마한테 말했는데 이해받지 못하는, 내 아이디어가 너무 위대하다는 생각에 창업해도 오래 가기 힘듭니다.”
이승건 대표는 “성공은 실패가 주는 패배감을 진정으로 두려워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너무 많이 해서 낙관적인 게 하나도 안 보일 때 성공이 찾아오더라고요. 이를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하는데, 불필요하게 낙관적인 사람들부터 지쳐 떨어지더라고요. 매일 실패하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내일이면 (어려움이) 끝날 거라고 가정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끈기에 이어 이승건 대표는 ‘경청’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특정 아이템이나 아이디어에 집착할 게 아니라, ‘성장’에 목표를 두면 나만의 신념을 유지면서도 다른 사람의 말과 조언도 경청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왜 6년 동안 8번 망했을까 돌이켜 보면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경청했지만 (사실은) 경청하지 않았더라고요. 끈기는 내 신념과 고집대로 밀고 나가는 거라 경청과 이해상충되는 면이 있는데, 우리가 이루려는 목표를 특정 아이템이나 아이디어가 아닌 ‘성장’에 두면 해결 돼요. 내 아이디어, 사업을 할 거야 고집하는 사람에겐 끈기보다 경청이 필요하겠죠. 아이디어에 고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성장에만 집중한다면 끈기를 가져도 돼요.”
당신이 하는 게임의 이름은 버티기가 아닌 성장이다
이 대표는 끝으로 후배 창업가들에게 버티는 일 말고 성공하는 일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여러분의 일은 버티는 게 아녜요. 하나의 아이템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답을 찾아 가세요. 사업은 이기려고 하는 거지, 버티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 게임의 이름은 ‘성장’이에요. 저도 과거 6년 동안 버티기만 했지, 성공할 생각은 잘 안했던 것 같아요. 이 길을 걷는 것 자체가 행복해지는 좋은 이유를 찾기를 바랍니다.”
백봉삼 기자(paikshow@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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