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서울 편입’에 비판 들끓는 경기도···김포시는 의견수렴 돌입

박준철·최인진·이상호·김태희·유경선 기자 2023. 10. 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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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시 위치도.|연합뉴스 제공

“안그래도 서울이 인구와 일자리·교통·교육 등 모든 인프라를 지방에서 빨아들이고 있는데 김포까지 포함되면 이같은 ‘블랙홀’ 현상이 더 심해지지 않겠어요?”

정치권이 발표한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에 31일 경기도 곳곳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북도 설치 과정에서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구리·고양시 등 서울과 인접한 다른 지자체들도 서울시 편입을 요구하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반면 김포시는 다음달부터 주민들 대상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경기도민들과 경기도 및 지자체들은 대체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40대 권모씨는 “김포 생활권이 서울과 인접해 편입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지역 전화번호(02)가 같은 광명·과천시는 당연하고 하남·부천·구리·고양시 등도 모두 서울로 편입시켜야 한다”며 “공론화 과정 없이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뜬금없다”고 말했다.

성남시에 거주 중인 이모씨(38)도 “갈수록 지방은 낙후되고 있는데 서울을 더 키운다는 발상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론은 1995년 제기됐다가 무산된 바 있다. 인천시가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출범하면서 경기도 옹진군과 강화군 김포군 검단면은 인천으로 편입됐다. 그러나 당시 김포군은 “인천으로 갈 거면 차라리 서울로 가겠다”며 반대해 물거품됐다.

이번에 서울 편입론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김포의 홍철호 국민의힘 전 의원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그는 최근 지역에 ‘경기북도 나빠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경기북도보다 서울 편입이 낫다”라고 표명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홍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서울과 인접한 다른 지자체들도 서울 편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리·고양·광명·부천시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김포뿐 아니라 고양시도 서울로 편입시켜 행정권과 생활권을 일치시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포시 서울 편입론을 주장하는 현수막.|연합뉴스 제공

김포시는 11월부터 지역 내 아파트 등을 순회하며 서울 편입에 대한 시민 간담회를 열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김포시는 시민 및 시의회의 의견을 수렴한 후 경기도와 서울시에 관할구역 변경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 편입을 위해 경기도의회와 서울시의회의 의결을 거치거나, 김포시민들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이후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해 통과되면 법률 공포를 거쳐 ‘서울 김포구’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김포시는 경기도가 나뉘어 경기북도가 생기면 한강 이남에 있는 김포시는 경기북도에 편입되지 못할 것이고, 경기남도와는 인접지가 없는 만큼 생활권을 공유하는 서울로 행정구역이 정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시민들은 경기북도와 인천 편입은 거북해하지만 서울 편입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김포 북변동에서 17년 동안 산 심모씨(56)는 “경기북도보다는 서울로 편입하는 것이 교육과 교통 개선 등에 좋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포시민들 중에서도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김포시민은 “서울시 김포구라고 이름만 바뀌면 뭐하냐. 쓰레기매립지 등 온갖 혐오시설들을 다 밀어넣으려는 큰그림 같다”라며 “희망고문으로 표 받으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서울시 편입 논란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은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경기도와 일체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해외 출장 중인 김동연 경기지사가 귀국하는 대로 구체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2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에 대해) 그건 아직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는 그런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 “법적·행정적 검토도 없는 전형적인 총선 대비용 지역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당에서 주도하는 의제인 만큼 김포시의 요구 등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제 막 공식화된 사안이라 자체적으로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인근 지자체 편입은 서울시 입장에서 산적한 도시 문제를 푸는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2026년 생활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는 수도권 매립지 대안 등 가용할 부지가 없어 난항을 겪는 현안이나 수도권 교통망 문제 등도 서울에서 일원화해 해결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해부터 여의도까지 이어지는 서울항, 수상버스 등을 포함한 ‘한강 르네상스’ 정책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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