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것 없어" "소통엔 감사"···野, 尹에 기대·실망 동시 표출
더불어민주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실망과 기대를 동시에 내보였다. 시정연설 내용에 경제 위기를 타파할 실질적 대안이 없었다며 비판하는 한편 여야 지도부 및 상임위원장을 두루 만나 의견을 청취한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 노력은 높이 평가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연설은 경제 위기를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억지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자기합리화에 급급했다"며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한 구차한 변명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통령을 지켜보며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한 "적극적 감세 정책으로 세수 펑크를 초래한 것으로 부족해 민생을 내팽개치고 국가 미래마저 펑크를 내려고 한다"고도 했다.
정의당도 혹평에 가까운 수준의 반응을 내놨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연설에 대해 "민생실패, 국정 운영 실패에 대한 반성과 쇄신없이 실패를 반복하겠다는 아집투성이 연설"이라며 "꼭 있어야 하고 필요한 말은 없었던 맹탕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채 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 대통령은 말 한마디 보태지 않았다"며 "국민 통합, 사회 통합을 위한 대통령의 의지도 연설문에 담기지 않았다. 대통령실 전면 쇄신, 야당과의 협치와 소통에 대한 메시지도 일절 담기지 않은 채 독선적 국정 운영을 지속하겠다는 선언만을 한 셈"이라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시정연설은 전체적으로 매우 실망스럽고 한계가 있었다고 보인다"면서도 "대통령께서 연설을 통해 불필요한 이념전쟁이나 야당을 자극하는 문구가 없었단 점에 대해서는 저희도 다른 때보다 나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올해 시정연설에 미래에 대비한 예산이 없었다"며 "R&D 예산이 삭감됐고 청년 일자리 관련 예산이 대폭 줄었으며 기후위기나 인구 문제에 대비 예산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단 점에서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예산"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들이 높은 물가, 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단 점을 대통령도 인정하면서도 취약계층과 무너지는 중산층의 버팀목 역할을 할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는 점, 서민과 민생에 대한 대책이 분명히 담기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하고 국회에서의 예산 심의과정에서 이를 바로잡아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 대통령은 연설을 제외하고도 사전 차담회 약 20분, 상임위원장 간담회 약 1시간10분, 오찬 간담회 1시간 등 2시간 이상을 국회에서 보냈다. 민주당은 이를 대통령의 소통 노력이라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소통 자리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국회 의견, 특히 야당과 상임위원장 의견을 적극 청취한 점에 대해 제가 충분히 감사드리고 존중한다"며 "대통령께서도 간담회 말미에 '상임위원장이 주신 말씀은 앞으로 국정운영, 정책에 잘 반영하겠다, 민생 관련해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여러 차례 강조했던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국정 기조 전환의 출발점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말이 아니라 실제 행동과 실천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건 앞으로 정부 여당이 하는 것에 달려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사전 차담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부터 민생이 어려우니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단 이야기를 들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로부터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 진심어린 사과 △국회 존중 △협치를 위한 논의 테이블 구성 등 3가지를 당부 받은 뒤 "잘 듣고 노력해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원내대표는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이 (건의들을) 수용할지 불확실하다"면서도 "대통령이 들은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실 것 같단 생각이다. 저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계속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말했고 그 부분은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 여러 차례 전달해 무슨 뜻인지 잘 알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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