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장기금리 1% 초과 허용"… 고삐 조여도 힘 빠진 엔화
석달만에 '긴축'으로 정책 수정
강도 약해 마지노선 150엔 돌파
'슈퍼 엔저'에 고심해 온 일본은행(BOJ)이 31일(현지시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YCC(수익률곡선제어) 정책의 재수정을 결정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기존의 사실상 상한선이었던 1%를 일정 수준 초과해도 용인하기로 했다. 장기금리를 사실상 재인상해 유동성 고삐를 죄는 쪽으로 금융정책을 수정했다.
BOJ는 YCC를 통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 장기금리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했다. 하지만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BOJ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올랐다. 장중 한때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13년 5월 이후 최고치인 0.955%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무제한 국채 매입 상한인 1%에 거의 도달했다.
BOJ는 지난 7월 국채금리 상한선을 0.5%로 유지하되,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서 1%까지는 금리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충격을 안겼다. 이러한 조치에도 강달러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BOJ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올랐다. 이날 장중 한때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13년 5월 이후 최고치인 0.955%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번 정책 변경의 배경도 10년물 금리가 급등해 1%를 넘기면 국채를 매입해야 하는 현 상황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읽힌다. 현재 장기국채 금리가 무제한 국채 매입 상한인 1%에 거의 도달했고 국채 보유 비율이 53%를 기록한 상황이다. 지날달에도 일본 당국은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구두개입에 나서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인플레이션도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일본 도쿄 지역의 근원물가가 10월 전년동월비 2.7% 상승해 시장 예상치 2.5%를 웃돌았다. 이에 일본 관방장관은 BOJ의 긴축을 시사했다. 최근 마츠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BOJ가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라 장기물 금리 수준을 더 인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적절한 통화정책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지난달 22일 "물가 목표 실현을 전망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YCC 철폐와 마이너스 금리 수정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그러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일본은행이 수익률 상한을 올리면 시중 금리가 덩달아 올라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진다. 하지만 수익률 상한을 기존대로 유지했다면 미·일 국채 수익률 격차 탓에 엔화 가치는 더 곤두박질칠 수 있다.
도쿄증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간다면 엔·달러 환율이 '1달러=160엔'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우노 다이스케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 전략가는 지난 5일 아사히신문 인터뷰를 통해 "당분간 미국은 긴축, 일본은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떨어지기 쉬운 상황"이라면서 "일본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올해 안으로 엔·달러 환율이 160엔선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의 통화 정책 변경이 국내 자금 이탈이나 채권시장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나 미국채 '큰손'인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 국채를 사들이는 쪽으로 움직여 미국채 시장이나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전날 YCC 재수정이 가능하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전해진 뒤 엔·달러 환율은 바로 반락해 0.5% 넘게 밀리며 약 2주만에 처음으로 149엔선을 하회했다. 하지만 이날 긴축의 강도가 예상했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자 다시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엔을 돌파했다. 이 같은 엔저는 33년 만의 최저치로, 지난해 9월 일본 정부가 시장에서 달러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섰을 때(145.9엔)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당초 예상됐던 원화 강세도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0.4원 내린 1350.5원에 장을 마쳤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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