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저 땡잡았어요!” 택시기사 신고에 보이스피싱범 검거
어제(30일) 오후 5시쯤, 112 전화로 신고가 들어옵니다.
"형님, 저 택시 하잖아요! 땡잡았어요! 물건 전해드리고 그냥 물건만 가지고 왕복하는 거에요."
경찰은 전화를 건 택시 운전사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범'을 태웠다는 의도를 알아챘습니다. 이후 경찰은 전화를 끊게 한 뒤 문자로 연락을 이어갔습니다.
■ 택시 운전사, 체포하기 쉬운 곳으로 승객 유도
택시 운전사는 당시 상황을 "수원에서 차를 타고 안성에 갔는데, 여성이 '서울 갔다가 다시 수원으로 올 건데 기다려 줄 수 있냐'고 물었다"고 전했습니다.
안성에서 잠시 내린 여성의 행동을 관찰하던 운전사는 돈 봉투로 보이는 물건을 전달하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여성을 다시 태운 운전사는 '종로로 가자'는 여성의 말에 "제가 길을 몰라 오래 걸릴테니, 버스전용 차로가 있는 수원까지만 가서 버스를 타시라"고 권유했습니다. 경찰이 신속하게 검거할 수 있도록 운전사가 익숙한 곳으로 목적지를 유도하는 재치를 발휘한 겁니다.
운전사는 운행 도중에도 여성이 동탄, 오산 등으로 목적지를 계속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운전사는 "차도 밀리고 힘드니 더는 바꾸지 말고 수원역으로 가자"고 말한 뒤,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고 차선이 하나밖에 없는 수원역 인근 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운행을 멈췄습니다.
그곳에는 운전사와 문자로 계속 소통하던 경찰이 사복을 입은 채 기다리고 있었고, 여성은 결국 긴급체포 됐습니다.
■ '경찰 통화' 알아챌까 봐 친구에게 먼저 전화해
택시 운전사가 발휘한 기지는 또 있었습니다.
휴대전화 화면이 뒷좌석에서 보이는 점이 걱정돼 경찰이 아닌 지인에게 먼저 "땡잡았다"며 같은 내용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운전사는 전화기를 본 손님이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 안심하자, 그제서야 112에 전화를 걸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신고 과정에서도 승객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우리 형님 오늘 약 좀 올려야겠네" 같은 추임새를 덧붙였습니다.
택시 운전사는 KBS에 익명을 요청하며 "시민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 "건당 20만 원 알바 광고 보고 범행"...추가 범행 수사 중
택시 운전사와의 긴밀한 공조로 40대 여성을 신속하게 붙잡은 수원 서부경찰서는 여성을 사기 방조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여성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저금리로 대출을 갚아주겠다고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건당 20만 원을 준다는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지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여성이 수거책으로 활동하며 다른 범행도 했는지 수사하는 한편, 현금을 전달받으려 한 보이스피싱 조직에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권세라
화면제공: 수원 서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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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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