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美 규제 때문에 50억달러 규모 中 수주 이행 못할수도"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 강화로 중국에서 수주한 수십억달러 규모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앞서 중국으로부터의 수주물량 공급을 마쳤으며, 다음달 미국 정부의 새 규제가 발효되기 전 내년 주문 건의 일부를 발송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지난주 엔비디아에 서한을 보내 첨단 반도체 판매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가 즉각 발효된다고 통보해 엔비디아는 어쩔 수 없이 조기 공급 계획을 폐기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에 내년 납품 물량을 선주문한 업체 중에는 알리바바그룹과 틱톡 소유주인 바이트댄스, 바이두 등 중국 최대 AI 및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들이 포함돼 있으며, 주문 금액은 50억 달러를 넘는다.

앞서 지난 17일 미국 상무부는 1년 전 발표했던 대중 수출 통제 조치를 개정해 추가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개정으로 상무부는 AI 반도체 칩에 대해 '성능 밀도' 기준을 추가해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출시한 A800과 H800을 비롯해 반도체 기업들이 제재를 우회해 제품을 수출하는 시도를 차단했다.

이와 관련 엔비디아의 대변인은 이번 수출규제의 영향을 받는 그래픽 칩을 사용하는 자사의 첨단 AI 시스템을 미국 내와 기타 지역 고객들에 다시 할당하고 있으며 추가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새 수출 규제가 단기 간에 엔비디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장기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규제의 대표적인 대상인 된 것은 그만큼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AI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생성형 AI 프로그램에는 엔비디아의 AI 칩이 필수적이다.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매출과 주가는 급등했고 올해 초에는 기업가치 1조달러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최근 수출규제로 중국의 고급 AI 개발 속도가 느려지고 중국 개발자들은 선진국 제품 대신 자체 개발 제품을 사용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전혜인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