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이사회 내일 재개… `화물사업 매각` 조율 난기류

장우진 2023. 10. 3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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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이사진 '주주 배임' 주장
대한항공 "시정안 마감 연장"
EU 이어 美·日 승인도 받아야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분리 매각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하면서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도 안갯속에 빠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는 사실상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주주에 대한 배임'을 주장하며 화물사업 매각을 반대하는 일부 이사진의 입장이 예상보다 강경해 조율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대한-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은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일각에서는 이사회에 앞서 산은의 사전 조율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호하게 시간만 보내다가는 2차 회의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 31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오는 2일 회의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에 요구한 시정조치안 제출 마감시한은 지난 31일(현지시간)로, 시차를 고려하면 한국시간 1일 오전 8시까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마감 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EC에 양해를 구하기로 해 2~3일의 시간을 더 벌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승인을 전제로 화물사업 분할 매각과 EU 4개 도시의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이관 방안을 포함한 시정조치안 제출을 승인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쟁점은 아시나아항공의 화물 사업 매각 여부다. 전날 이사회는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서울 모처에서 화물사업 매각을 골자로 한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에 대한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사회 내에서 '화물 사업 매각은 배임'이라는 반대 의사가 있었는데, 결국 논의를 매듭짓지 못하면서 예상보다 강경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대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매출이 20%(올 상반기 기준 21.7%)를 차지하는 만큼 다른 나라의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이를 매각하는 것은 주주가치 훼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사내이사 진광호 전무가 이사회 직전에 전격 사의를 표한 것과 관련해 외압 논란도 불거졌고, 사외이사 중 한 명인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의 경우 대한항공 측이 김앤장 법률사무소로부터 합병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표 행사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이사회에서도 화물사업 매각이 통과되지 못하면 양사의 합병이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HD현대그룹도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추진했지만 EU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대한·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EU 승인을 받은 후 미국·일본으로부터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기준 부채만 12조원, 부채비율은 2098%로 이자비용만 2200억원을 냈다. 기업이 존속해야 주주가치도 의미가 있는데 이를 이유로 기업결합을 반대하는 것은 결국 정부에만 기대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사회에 앞서 산업은행 측이 화물 매각에 대한 이사진과의 사전 조율을 명확히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사업 부문을)살리기로 의결한다면 또 국민의 혈세나 공적자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기업들은 이사회에 앞서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 조율하는 경우가 많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합을 위해서는 화물 매각이 당연히 이뤄져야 해 난상토론의 이유가 없다. 이사회가 당일 결론짓지 못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는 얘기"라며 "독자생존, 제3자 매각 등 블랙박스와 같던 아시아나항공의 입장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보면 독자생존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사회의 각 표결권과 의사는 존중해야 하지만 중대 기로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화물 매각이 무산될 경우 산은의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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