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IT] 모빌리티 판례 (1) 전동킥보드 의무보험 미가입
‘판례’란 법원이 특정 소송에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내린 판단입니다. 법원은 이 판례를 유사한 종류의 사건을 재판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합니다. IT 분야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의 속도보다 현저히 빠른 특성을 보여 판례가 비교적 부족합니다. 법조인들이 IT 관련 송사를 까다로워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을 거치며, IT 분야에도 참고할 만한 판례들이 속속 쌓이고 있습니다. IT동아는 법무법인 주원 홍석현 변호사와 함께 주목할 만한 IT 관련 사건과 분쟁 결과를 판례로 살펴보는 [그때 그 IT] 기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전동킥보드 의무보험 미가입 판례를 통해 본 법제도 적시 정비의 필요성(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5. 28. 선고 2019고단6197, 2020고단1789(병합) 판결 등)
“개인용 전동킥보드 타고 다니려면 보험 가입해야 하나?”
요즘 거리를 지나다 보면, 전동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가 많이 보입니다. 바쁘게 언덕길을 오르는 사람들 옆을 바람을 가르며 지나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나도 한 대 사 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차도도 부족한 서울 도심에서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고 적법하게 탈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상기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곤 합니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보도(인도)를 주행하는 분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는데, 이는 도로교통법 위반입니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차(車)의 일종인 ‘개인형 이동장치’ (단, 시속 25km 이상으로 운행할 수 있거나 차체 중량이 30kg을 넘는 경우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됨)이므로, 보행자만이 다닐 수 있는 보도를 주행해서는 안 됩니다.
전동킥보드로 보도를 주행하다가 적발되면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되며, 보도에서 인명사고를 내는 경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므로, 보험가입 및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5년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동킥보드를 탈 때는 반드시 도로를 이용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보도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 전동킥보드에서 내려서 끌고 가야 합니다. 이 밖에도 개정 도로교통법(2021. 5. 13. 시행)에 따른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각종 규제(무면허운전 금지, 동승자 탑승 금지, 안전모 미착용 금지 등)를 준수해야 합니다.
한편,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은 의무보험에 가입되지 아니한 ‘자동차’의 도로운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동킥보드를 타고 도로를 다니려면 의무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걸까요?
지난 2019년 10월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인명사고를 낸 사건에서 전동킥보드가 의무보험 가입 대상인지를 두고 쟁점으로 다뤘졌습니다. 검사는 도로교통법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자동차의 정의 규정이 다르고, 전동킥보드의 경우 후자의 정의에는 포함되기 때문에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로 도로주행을 한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이 달랐습니다. 법원은 전동킥보드가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자동차로서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 제8조에 따른 의무보험 가입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전동킥보드 대여업을 영위하는 일부 사업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개인 전동킥보드 운행자들은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하고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운행했던 점 ▲전동킥보드가 의무보험 가입대상이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극히 미약한 것으로 보이는 점 ▲사고 당시 개인이 전동킥보드에 가입할 수 있는 의무보험 상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언급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가해자에게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서울남부지법 2019고단6197, 2020고단1789(병합)).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 가능성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위 사건에서는 전동킥보드 관련 의무보험 상품이 출시되지 않은 현실 상황을 적극 고려해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10월 5일 이장섭 의원실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지난 5년간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합니다(2018년 225건, 2022년 2386건). 그러나, 아직도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의무보험 상품은 마련되지 않았으며, 개인의 의무보험 가입 법제화 역시 지지부진합니다.
지난 10월 19일 모빌리티 혁신 및 활성화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모빌리티 분야에도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됐습니다. 앞으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모빌리티 서비스와 첨단 기기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의무보험 등 이용자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들도 함께 정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 / 홍석현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홍석현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제4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 일하다가, 현재는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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