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 3억 받고 건보료 2239만원 안 낸 운동선수…이젠 월 108만원 낸다

박미주 기자 2023. 10. 3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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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올해 11월 지역가입자·소득월액 보험료 납부 직장가입자 대상 첫 소득정산제도 시행
고소득자 건보료 납부 회피 어려워져
향후 5년간 1조3567억원의 추가 수입 확보 기대

연 3억원 이상을 벌던 운동선수 A씨가 퇴직(해촉)·소득감소 등을 증명하면 건보료를 감면해주는 '소득조정신청제도'를 악용해 건강보험료 납부를 회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료를 포함한 건강보험료 2239만6200원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 하지만 A씨는 추후 국세청을 통해 소득을 확인하고 건보료를 조정해 징수하는 '소득 부과 건강보험료 정산제도(소득정산제도)'가 작년 9월부터 도입된 사실을 알고 더이상 꼼수를 못 쓰게 됐다. 올해는 월 108만원가량의 건보료를 내고 있다.

31일 머니투데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소속팀으로부터 3억2762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건보공단은 2021년 월 135만원가량의 건보료를 부과했다. 그런데 2021년 3월 A씨는 공단에 소득이 없다고 주장하며 퇴직(해촉)증명서를 제출했다. 이에 그의 소득은 연 57만원으로 바뀌어 소득에 대한 건보료가 조정됐다.

그런데 공단이 2021년 10월 국세청 자료로 확인한 결과 2020년 A씨의 연 소득은 1억7173만원이었던 점이 뒤늦게 발견됐다. 하지만 공단은 건보료를 추가로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어 A씨가 2021년 3~10월 납부했어야 할 보험료 1084만2100원(월 평균 108만4210원)을 소급해 징수하지 못했다.

이후 공단은 2021년 11월 국세청 소득자료를 근거로 월 100만원가량의 건보료를 부과한다고 A씨에게 고지했다. 그러자 다시 A씨는 소득이 없다고 주장하며 퇴직증명서를 제출, 2021년 소득을 연 5만원으로 조정했다. 결국 소득에 대한 건보료는 내지 않고 재산으로만 보험료를 납부하게 됐다.

하지만 퇴직은 거짓이었다. 지난해 11월 국세청 자료를 통해 2021년 연 소득이 1억4599만원이었던 점이 확인됐다. 이번에도 공단은 법적 근거 부재로 A씨가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납부했어야 할 보험료 1155만4100원(월 평균 96만2841원)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또다시 보험료 조정을 위해 공단에 문의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해 9월부터 소득정산제도가 도입돼서다. 소득을 조정하면 다음해 11월에 확인되는 소득으로 보험료 정산이 이뤄진다고 설명하자 A씨는 소득 조정 신청을 포기했다. 이후부터 A씨는 매달 108만원가량의 보험료를 납부 중이다.

사진= 건보공단

공단은 지난해 9월 도입된 소득정산제도가 올해 11월부터 처음 시행되면서 A씨처럼 건보료 납부를 회피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소득정산제도를 도입하면서 보험료 납부 회피 수단으로 악용됐던 조정신청 건수가 줄었다. 지난해 9~12월 조정신청 건수는 32만830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1% 급감했다. 소득금액 기준 조정 액수는 5조8090억원으로 전년 동기 14조1394억원 대비 58.9%인 8조3304억원 줄었다.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을 적용해 추산하면 건보료 감면 금액이 3294억원에 1354억원으로 감소한 셈이다.

공단은 소득정산제도 시행 후 5년간 1조3567억원의 추가 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공단 관계자는 "소득 조정 악용 방지를 통해 가입자간 형평성을 확보하고 실제 소득에 대한 빠짐없는 보험료 부과를 통해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 기반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단이 매년 11월 실시하게 될 소득정산의 대상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와 보수(월급) 외 수입(이자·배당·사업·기타·연금·근로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직장가입자(소득월액 보험료 납부자) 중 소득이 줄었다고 조정을 신청해 보험료를 감면받은 사람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매년 4월 직장가입자의 건보료 연말정산을 시행하듯이 매년 11월 건보료 연말정산을 해 보험료를 재산정한다. 사후 소득이 확인되면 보험료를 더 걷고 반대로 소득이 줄면 환급한다.

올해 첫 소득정산제도 시행의 대상자는 지난해 관련법 시행령 개정 이후인 지난해 9~12월 보험료 조정·정산을 신청한 약 29만명이다. 내년 11월 정산 대상자는 올해 1~12월 보험료를 조정한 100만여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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