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 물펌프와 닮은 꼴' 척추 … 막힌 곳은 추간공확장술로 치료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3. 10. 3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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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
수동 물펌프를 뚫는 것과 닮은 인대 절제를 통한 추간공확장술 기계적 치료 원리.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은 척추의 핵심 병소인 추간공의 복합적 구조를 터미널에 비유한다. 추간공 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대를 하수구 철망에 비유하기도 했다. 추간공확장술의 치료 원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박 원장은 최근 척추관과 추간공을 포함한 척추 전체 구조를 과거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한 일명 '작두펌프'라고 불리던 수동 물펌프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실제 척추와 수동 물펌프는 구조적·기능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수동 물펌프의 가운데 기둥은 척추의 주요 통로인 척추관을, 물펌프 옆으로 물이 빠져나오는 주둥이 부위는 신경가지와 혈관 등이 지나가는 추간공과 닮았다. 특히 물펌프 주둥이 끝에 지하수의 이물질을 걸러주는 거름망은 추간공 내외측에 거미줄처럼 미세하게 얽힌 인대와 비슷한 모습이다.

다만 수동 물펌프는 가운데 기둥이나 옆의 주둥이 부분이 뻥 뚫려 있으나 척추는 척추관으로 굵은 신경다발이 지나고 추간공에는 신경가지가 통과한다. 척추관과 추간공의 실제 빈 공간이 수동 물펌프보다 훨씬 좁은 이유다.

오래 방치돼 녹슬거나 이물질로 좁아진 물펌프 내부는 노화로 두꺼워진 뼈와 인대, 여러 유착으로 좁아진 척추관과 추간공의 상황과 유사하다. 특히 척추관과 추간공은 신경다발과 신경가지가 차지하는 공간으로 인해 더 좁거나 막힐 가능성이 크다.

또 오래된 물펌프를 오랜만에 작동할 때 고여 있던 탁한 물이 약하게 흘러나오는 것은 척추 주변의 손상된 연골이나 디스크에서 흘러나온 염증 유발물질이 좁은 추간공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가 추간공 밖으로 간신히 나오는 상황에 비유해 설명할 수 있다.

오래된 수동 물펌프가 구조적으로 완전히 고장 난 경우는 대대적인 교체나 수리가 필요하다. 이 같은 상태는 척추 수술을 요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다행히 녹슬거나 이물질로 일부 좁아진 부위가 가운데 기둥과 주둥이의 연결 부분이라면 이곳만 잘 뚫어도 다시 작동이 가능하다. 특히 주둥이 부분의 거름망 자체가 막힌 사례는 그 일부만 뜯더라도 물이 잘 흘러나가도록 할 수 있다.

추간공확장술은 추간공 중에서도 신경가지나 혈관, 디스크 등이 위치한 전방부 배쪽 경막외강을 피해 후방부 등쪽 경막외강의 안전지역으로 진입한 뒤 추간공 내외측과 척추관 후방부에 위치한 인대를 절제해 공간을 넓혀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추간공확장술의 기계적인 치료 원리가 바로 오래된 수동 물펌프를 뚫어서 청소한 뒤 재작동하도록 하는 원리와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오래된 수동 물펌프를 청소한 이후 마중물을 넣어 여러 번 펌프질하면 내부에 녹이나 이물질이 다량 섞인 탁한 물이 흘러나온다. 이는 척추관(추간공)의 인대를 절제해 넓어진 공간으로 신경 주변에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배출하는 추간공확장술의 생화학적 치료 원리와 닮았다.

보통 오래된 물펌프는 여러 차례 펌프질을 해야 겨우 작동된다. 이때 녹이나 이물질이 섞인 탁한 물을 충분히 흘려보내기 위해 펌프질하는 동작이 추간공확장술 이후 가볍게 산책하는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즉 가볍게 걸을 때 발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는 동작과 수동 물펌프 손잡이로 펌프질하는 행위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추간공확장술의 기계적 치료 원리로 좁거나 막힌 추간공을 넓혀줘도 척추관과 추간공 내부의 염증이나 염증 유발물질이 한 번에 다 배출되지는 않는다. 시술 직후 병실에서 안정을 취한 이후 침상에 누워 있지 말고 병실 복도를 왕복하며 가벼운 걷기를 권하는 것도 염증 유발물질을 원활하게 배출하기 위해서다. 이후 본인 상태를 확인하면서 점진적으로 걷기 강도나 시간을 늘려야 한다.

박 원장은 "오래된 수동 물펌프를 다시 작동해 남아 있던 탁한 물을 완전하게 흘려보내고 다시 맑은 물만 나오는 상태처럼 다양한 척추질환으로 고생하던 환자가 추간공확장술로 치료받은 후에도 꾸준한 사후관리를 통해 통증 없는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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