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료 기술 우리가 최고인데…年5만명이 日로 치료 떠난다, 왜?
각종 질환에 활용할 줄기세포
日·美·대만선 재생의료 시술
일찌감치 법으로 규제 걷어내
세계적인 기술력 가진 한국은
희소질환 연구 목적만 가능해
수익기반 투자 이뤄질수 있게
국회·정부가 '첨생법' 개정을
인류의 '불로장생 꿈'은 이뤄질 것인가.
한 유명 해외 언론에서 최근 "영원한 삶은 더 이상 그리스 신화가 아니다(No longer eternal life is Greek mythology)"라며 "노화와 장수는 줄기세포 유지·관리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희귀·난치병을 비롯해 각종 질환이 첨단 재생의료로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인간 수명이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는 뜻이다. 재생의료는 손상된 인체의 세포·조직·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시켜 정상 기능을 복원하고 새로 만들어내는 의료기술을 말한다.
재생의료의 꽃은 줄기세포 치료다. 줄기세포는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난치병 치료부터 항노화에 이르기까지 각종 질환에 활용된다. 유전자 치료제와 조직공학 치료제(인공장기)도 희귀·난치질환에 활발하게 접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노인성 황반변성·화상흉터는 세포치료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유전자치료제(kymriah), 신부전과 MRKH증후군(선천성 자궁과 질이 없음)은 인공장기로 치료 가능하다. 줄기세포는 크게 △성체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IPS) 등 세 가지로 나뉘는데, 현재 성체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자가골수·자가지방·제대혈 등 분화가 끝난 조직에 섞힌 줄기세포를 분리해 사용한다. 성체줄기세포 가운데 줄기세포 치료에 이용하는 것은 주로 중간엽 줄기세포다. 최근 신의료기술로 허가돼 무릎관절염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골수줄기세포 주사치료 효과의 주원인은 중간엽 줄기세포의 인자분비능력(paracrine effect)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성 질환과 희귀·난치질환 환자 증가로 재생의료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등록된 희귀질환은 약 5000종에 달한다. 국내도 2000종이 넘는 희귀질환을 80만명가량이 앓고 있지만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약 10%에 불과하다. 이는 재생의료의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는 재생의료·유전자치료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25년 3.8조엔(약 38조원), 2030년 7.5조엔(약 75조원), 2035년 10조엔(약 100조원), 2040년에는 12조엔(약 1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각국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2014년부터 관련법을 정비해 재생의료 시설로 인정받으면 시술에 별다른 규제가 없다. 대만도 2018년 9월 재생의료법을 통과시켜 일본처럼 재생의료 시술을 할 수 있다. 미국은 2016년 12월부터 재생의료 서비스가 확대됐다.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규제에 발목을 잡혀 재생의료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생의료의 법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반 국민들도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 91.9%는 재생의료가 유망하다고 답했고 재생의료산업 발전 가능성에 대해 산업계는 79.6%, 의료계는 87.1%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8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국내 재생의료는 다른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나 희소·난치질환에만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의사 재량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시술하는 길이 막혀 있고 연구 대상자인 환자에게 치료비를 받을 수도 없다. 이는 국부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국내 환자 약 5만명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러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로 원정을 가고 있다. 치료비용만 회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
일본 내 줄기세포 치료 해외 환자의 90% 이상이 한국인으로 시술 일정을 잡기가 어려울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본 의사는 후생성 승인을 받기도 쉽고 환자가 원하는 자가지방이나 골수줄기세포를 배양해 곧바로 시술할 수 있다. 한국은 단순히 농축·분리 과정이 허가돼 있지만 세포 배양은 아직 허가되지 않았다.
윤택림 재생의료진흥재단 이사장은 "우리나라 재생의료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은 "재생의료가 성장하려면 수익을 기반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규제가 이를 막고 있다"며 "수익과 연구가 단절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재생의료가 불법이다 보니 수준이 낮은 해외 병원에서 치료받는 사례도 많다"면서 "이는 결국 환자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연세사랑병원은 2008년 세포치료연구소를 자체 설립한 뒤 자가지방 줄기세포 관련 논문 총 28편을 발표해 '무릎관절염 줄기세포치료 메카(mecca)'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8월 말 신축 이전한 연세사랑병원은 세포치료연구소를 약 230㎡ 규모 첨단재생연구실로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최근 들어 국회와 정부는 재생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첨생법 개정에 적극적이다. 조만간 법 개정이 이뤄지면 국내에서도 배양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재생의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첨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중증·희귀·난치질환자에게만 국한됐던 재생의료 대상을 확대해 보다 많은 환자가 세포·유전자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킴리아 치료(급성 백혈병)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에 조혈모세포 이식 기관을 포함하는 내용의 첨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킴리아치료 의료기관은 세포관리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세포관리업 허가를 받으려면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GMP시설을 갖춰야만 한다. 이 때문에 지방 환자들이 킴리아치료를 받으러 서울까지 오는 고통과 불편이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재생의료 관련 정책 포럼을 잇달아 열고 첨생법 개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영학 복지부 재생의료정책과장은 "업무를 맡은 후 재생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체감했다"며 "정부 국정과제에도 최초로 첨단 재생의료가 포함되는 등 유망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투자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노인회(회장 김호일·사회복지학 박사)도 첨생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복지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히 고령층 환자가 많은 무릎관절염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까지 폭넓게 적용돼 노인들도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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